위기의 IT 업계, 모호한 낙관론에 빠지지 않으려면.
국내 수출을 떠받치는 대표적인 주력 산업, IT업계에 연일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 포화와 공급 과잉 속에 반도체와 LCD 등 액정디바이스 가격이 연중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탁월하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가 이하로 팔아야 하는 국면에서 매출을 늘린다 해도 순이익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워낙 우리나라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은 만큼 위기감도 커져갔다. 급기야 8월 무역수지가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정부는 IT산업 경쟁력 관련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삼성 LG 등 대표 IT기업들도 위기감 속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일 자신감을 다시 환기시키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의 "LG, 내년 3DTV 세계 1위 하겠다",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의 "휴대전화 스마트폰시장 글로벌 1등 되겠다" 등이 그것.
이런 말들을 처음 접했을 때, 기자들 사이에 오간 말은 "아직 IT업계가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잡고 차근차근 면밀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선언적인 구호를 던지는 데 치중하고 있는데 와닿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올해 2분기 3DTV 시장 규모가 491만 대로 성장한 가운데, 매출액 기준으로 삼성이 34%, 소니가 18%, LG가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필름패턴 편광안경 방식이 더 편리하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판정을 받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이 평가가 아직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은 상황. 그런데 갑자기 1년만에 세계 1위라는 목표치는 다소 거리감이 있게 다가오는게 사실이다.
특히 LG는 스마트폰에 대한 늦은 대응으로 휴대전화 부문에서 계속된 신제품 발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 전자업계로서 휴대전화 사업부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히트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선두주자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현실적인 목표 설정, 구체적인 action plan이 더 시장의 신뢰를 줄 수 있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갤럭시 시리즈로 히트를 쳤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아이폰에 밀려있다. 또 태블릿 PC에서도 애플과의 경쟁에 아직까진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게 사실. 물론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있어 애플이 19%, 삼성이 16%로 바짝 따라붙어 있어서 불가능한 목표치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취약한 OS(운영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후 스마트폰 시장이 향후 어떻게 재편될지 각종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운영체제를 외부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운영으로는 중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십년째 듣고 있는 'IT강국'이란 네 글자가 대한민국 사회를 어찌보면 '착각'에 빠뜨리고 미래 무한한 변동성에 대한 대비를 덜 하게 만든 요인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IT강국'이니까 항상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근거없는 '낙관론'은 바로 이같은 확신 어린 구호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는 사이 '애플'이라는 회사는 발상의 전환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으로 우뚝 서며, 우리 대표 기업들을 시시각각 위협하게 됐다.
'반드시 1등한다'는 구호가 기운을 북돋우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최대한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IT업계의 판도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아간다는 것이 요즘 정론처럼 파다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뀔 수 없는 진리도 있다.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도 결국 하드웨어 없이는 '구현'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디어 수준일 수 있다는 것.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결코 폄하할 수 없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인 '하드웨어' 산업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병행하면서 그동안 간과해왔던 '수요자 입장에서의 생태계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두 떠올려보고, 현실화가 가능한지 고민해보고, 그러다가 성공할 수도 실패 할 수도 있는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1등 달성!!', '필승' 같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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