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사진 속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멕시코의 한 초등학교 정문입니다. 멕시코의 마약범죄 조직과 관련해 몇차례 글을 올린 적 있습니다만, 이번엔 멕시코의 일부 초등학교들이 마약범죄 조직의 협박 때문에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멕시코의 치안 상황에 대해, 그리고 멕시코가 국가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금 의심스럽게 하는 소식입니다만, 간략히 전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세계적 휴양지로 유명한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최근 1주일 사이 초등학교 14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아카풀코의 전체 학교 수가 1400여 곳이라고 하니까,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이처럼 많은 학교가 일시에 휴교에 들어간 이유는 교사들이 마약범죄 조직의 협박을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게 닫혀있는 한 초등학교 교문>
<추후 알림 때까지 학교를 휴교한다는 내용의 안내문>
아카풀코라는 도시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치를 한 번 지도로 보시죠.
위 멕시코 지도를 보시면 아래쪽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이 아카풀코입니다. 위 멕시코 지도 위쪽 미국과 국경지대에 접해있는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 지역이 '사우다드 후아레스'라는 도시인데, 이 두 도시가 멕시코에서는 마약과 관련한 갱들의 강력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도시들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아카풀코에서는 지난 1월에 목이 잘린 시신 15구가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카풀코가 속해있는 게레로주의 한 교사는 아카풀코의 교사 600명 정도가 마약 갱단으로부터 금품 갈취와 납치 협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열흘 사이에 4명의 교사들이 마약 갱단에 납치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교사들의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마약범죄 조직이 도대체 교사들에게 어떤 협박을 했길래, 교사들이 겁을 먹고 학교에 출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뒤통수를 보이고 인터뷰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
외신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마약범죄 조직원들이 학교로 차를 몰고 와서 교사들을 총으로 위협하면서 "월급의 절반을 상납하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우리 말로 "안 내놓으면 죽는다"라고 협박하지 않았을까요!
위 사진 속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한 교사의 말을 빌리자면, "갱단에 납치될까 두려워서 학교를 못나간다"라고 할 정도라니, 현지 교사들이 얼마만큼 갱단을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멕시코 경찰은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아카풀코가 속한 게레로주의 경찰청장은 교사들의 납치 사건이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고, 아카풀코 경찰도 학교 안전을 위한 순찰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보면 멕시코 경찰의 상황 인식과 상당히 동떨어진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교사들도 마약범죄 조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에 멕시코 지도에서 언급한 시우다드 후아레즈에서도 교사들이 협박을 받았고, '베라크루즈'라는 도시에서는 '제타스'라는 마약 조직이 학교를 공격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모들이 다급하게 학교로 달려가 자녀들을 데려가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아카풀코 교사협회 사무실에 나온 교사들의 모습>
마약범죄 조직이 총기를 들고 학교에 들어가 교사들에게 월급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갈수록 불안해지는 멕시코의 치안 상황이 걱정될 따름입니다. 치안도 치안입니다만, 국가의 미래라고 하는 교육마저 마약범죄 조직의 협박 때문에 이 모양이라면 앞으로 멕시코라는 나라의 미래는 또 어떻게 될까요?
이 다음엔 멕시코에서 또 어떤 상상못할 범죄들이 발생할 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