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가계 포트폴리오 '취약'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그 정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 문제다.
가계자산 대비 금융자산은 21.4%로 미국이나 일본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결과,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21.4%로 미국(67.1%)이나 일본(60.5%) 등과 비교하면 금융자산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에 나머지 80% 가까운 부분이 쏠려있는 편중이 심한 구조다.
부동산 편중현상이 심한 것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이미 대부분 가계가 겪고 있는 문제로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때문에 상당한 이자 부담에 시달린다. 즉 실제로는 부동산 자산 편중 정도에다 이와 관련한 금리 부담까지 더하면 실제 현금화 자산은 더 줄어든다는 뜻이다.
게다가 저소득층일수록, 연령이 많을수록 총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높고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의 부동산 보유 비율은 85.6%로 평균보다 더 높았고, 이들의 가처분소득에 대한 총부채 비율은 3.47배로 30대의 1.69배를 크게 웃돌았다.
60, 7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일단 사두면 손해는 보지 않는 안전자산처럼 여겨졌다.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 바람까지 불 때는 주변에 부동산으로 한몫 챙겼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확산됐다. 또 내집 한 채는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하고 평생 나눠 갚아나가는 식의 패턴이 일반화됐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예전같지 않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거듭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산 사람들의 고충이 커지기 시작했다. 소득에 비해 과다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치솟아 대출이자 부담이 큰 짐이 됐다.
무엇보다 고령화가 문제다. 은퇴 이후에도 몇십 년씩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고령층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단기 유동화하기 어렵고 요즘처럼 거래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선 더 그렇다. 결국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 경제활동을 한 결과가 별로 노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급변하는 경제환경과 빠른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선진국처럼 현금화가 쉬운 금융자산, 특히 금융투자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에서도 현금·예금 비중이 45.3%에 달한다. 미국은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과 예금은 14%정도이고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52.5%로 높았다.
물론 미국은 각종 금융투자상품이 우리보다 먼저 다양하게 발전했고, 이 가운데 일부 파생상품 같은 경우는 손실도 보긴 했지만 은퇴 이후에 대한 대비가 우리는 지나치게 단조롭지 않은가 하는 지적이다. 요새야 연금저축이다 뭐다 여러 관심들이 크지만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는 집 한 채 마련하고 자녀 교육하고 그게 전부다. 국민연금도 확산되기 이전이고, 개인연금도 별로 많지 않다.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예전처럼 집 한 채 사는 것에 목숨 걸기보다는 부동산 시장 전망이 워낙 불투명하니 전세를 더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절대 집값 수준이 소득에 비해 비싸고, 명목 소득도 그리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는 오르고,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되면 결국 현금화 할 수 있는 소득 비중은 갑자기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부동산 불패, 부동산 올인' 신화가 깨져가면서 '집 한 채'만 덜렁 갖고 있는데 쓸 돈은 없는 노인가구가 양산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하다. (이런 측면에서 집 담보로 평생 연금을 타서 쓰는 '역모기지' 주택연금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팔리지도 않는, 제값 못 받는 집을 평생 끌어안고 있기 보다 몇십만 원이라도 매달 현금을 타서 쓸 수 있는 게 훨씬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걸 노령층이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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