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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농약엔 위험…모기약엔 안전?

최우철 기자

입력 : 2011.08.31 10:58|수정 : 2011.08.31 11:09

한참 뒤늦은 살충제 유해성 재검토


효능과 부작용

효능만큼이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많은 게 각종 화학물질이죠.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효능을 가진 물질은 점차 늘어납니다. 하지만, 현재 과학 지식으로 유익한 물질로 사용되더라도. 더 진보한 과학의 잣대로 보면 유해한 물질로 확인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대의 과학지식은 다음 과학지식이 나올 때 까지만 진리다"라는 성찰은 사회학자들이 남기는 이유도 이런 일을 워낙 많이 겪어서겠죠.

논밭에서 쓰는 농약과 안방에 뿌리는 모기약.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가지 화학물질조합은 쓰이는 곳만 다를뿐, 원리는 같습니다. 바로 곤충 살상이죠. 생명에 해로운 성분이 많이 들어가는 농약. 당연히 인체에도 유해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당국은 10년마다 성분을 조사해 유해한 건 시장에서 퇴출을 합니다. 비슷한 성분이 많이 들어가는 가정용, 방역용 살충제는 어떨까요? 아직 제대로 된 안전성 검사조차 한 번도 없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농약엔 위험, 모기약엔 안전?



소비자들은 모기약이나 모기향을 쓸 때 유해물질 걱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유통되는 모기약 가운데 유해물질이 든 것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퍼메트린' 성분입니다. 모기 죽이는 효과는 탁월하지만, 인체에 오래 노출되면 신경 장애를 일으키는 내분비장애물질 즉, 환경호르몬입니다. 유럽에선 발암 의심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바퀴벌레약 주성분인 클로르피리포스 역시, 산모에게 오래 노출될 경우 자녀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유럽에선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제대로 된 안전성 검사도 없었습니다.

퍼메트린은 국내 법상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물질이자, 농약관리법 상 취급제한 물질입니다. 하지만, 모기약 등 살충제만은 사용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선진국들은 가정용 살충제를 농약보다도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EU는 퍼메트린을 비롯한 55개 살충제 성분 가운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13개 성분은 살충제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기약 성분 중에는 알레트린과 에스바이올, 바이오 레스메트린 같은 성분이 해당합니다. 부착형 바퀴약에 주로 쓰이는 클로르피리포스, 개미약에 쓰는 붕산과 히드라메틸론도 유해 의심 물질에 속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정용 방역용 살충제 생산 실적은 1,200억 원. 이 가운데 약 10%는 이들 성분으로 만든 모기향과 바퀴약 등 살충제가 차지합니다. 지난해만 백 20억 원 어치가 유통됐습니다.

160여 개 살충제 연말까지 안전성 입증해야



늦어도 한참 뒤늦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런 유해 성분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살충제 13개 성분의 안전성을 재점검하기로 한 겁니다. 현재 국내에선 113개 업체가 55종의 살충제 성분으로 1,090개 품목의 가정용 방역용 살충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식약청은 이 가운데 EU가 유해성을 의심하는 13개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 160여 개를 우선 안전성 관리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이들 성분으로 살충제를 만드는 업체 42곳에 연말까지 안전성을 입증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안전하다는 근거를 제출 못하는 제품은 내년 상반기 생산중단을 지시할 계획입니다. 2017년까지 55개 모든 살충제 성분의 안전성 검증을 마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EU는 10년, 미국은 15년마다 살충제 역시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을 재검토해 허가 여부를 다시 결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농약의 경우 10년 주기로 이런 품목갱신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식약청은 살충제 역시 이런 제도로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설효찬 식약청 화장품정책과장은 "선진국처럼 의약외품 살충제는 10년마다 안전성 유효성을 재검토하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위해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참 늦은 일인 만큼 안전성 확보에 속도를 내야할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