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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시작…시민단체 항의

박원경 기자

입력 : 2011.08.22 20:58|수정 : 2011.08.2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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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코레일이 이미 예고했던 대로 오늘(22일) 새벽부터 서울역사에서 잠 자는 노숙인들을 강제로 쫒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노숙인의 생존권과 시민의 편의, 어느 한 쪽의 편만 들어줄 수 없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현장 줌 인, 박원경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 새벽 서울역 안에서 고성이 오갑니다.

[서울역 노숙인 : (일어나세요!) 부산역은 안 그런데 여기는 왜 그래요?]

역무원들이 역 안 구석에 자리를 잡은 노숙인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지만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역 노숙인 : 왜 노숙을 금지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잠시 눈 좀 붙이겠다는데…. 버텨야죠. 역에서 버텨야죠.]

오늘 새벽 1시 반부터 경찰과 역무원 등 20여 명이 나서 노숙인을 강제로 쫓아내면서, 역 대합실은 모처럼 열차 이용객들만의 공간이 됐습니다.

[이명두/경기도 안양시 : 예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쾌적한 분위기라든가 그런 건 솔직히 있는 것 같아요. 밖에 계심으로써 안의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하는 면은 솔직히 약간은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노숙인들이 새벽 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출입하는 것만 통제가 됐는데, 오늘부터는 역사 안에서 노숙행위하는 자체가 전면 금지됩니다.

예고된 퇴거였지만 밖으로 내몰린 일부 노숙인들은 역 주변을 떠나지 못했고, 일부는 주변 공원이나 용산역과 영등포역 등 또다른 공공장소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영등포역 노숙인 : 서울역에서 사람들 쫓아냈잖아요. 그 사람들 쫓겨나서 전부 이리로 왔어요. 60~70명 왔어요.]

서울 시내 40곳에 이르는 노숙인 쉼터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쫓겨난 노숙인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병옥/노숙인 쉼터 운영 : 어제 비해서 한 90~100분 더 늘으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더 늘 것 같거든요.]

퇴거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항의 집회도 이어졌습니다

[정영진/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 이 노숙자 분들의 전체적 사망율이라든지 건강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철거들이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인데요. 혹한기가 닥쳐서 11월, 12월 넘어갔을 때는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거죠.]

시민의 편의와 노숙인의 인권이 서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노숙인들에 대한 쉼터 제공과 재활 지원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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