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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적 엔고에 경제 '비상'

입력 : 2011.08.21 10:21


일본의 엔화 가치가 역사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어려움에 빠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밤(일본시각)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75.95엔을 기록했다. 곧 76엔대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는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3월 17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달러당 76.25엔을 상회한 것이다.

엔화 가치가 치솟자 재계는 수출 채산성을 맞출 수 없어 공장을 해외로 옮길 수 밖에 없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외환시장 개입과 추가 금융완화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재정 불안, 세계 경제 침체 우려 등으로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책의 약발이 의문시된다.

◇경제 '7중고' = 일본 경제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전력 부족과 높은 법인세, 자유무역협정(FTA)의 지체에 정부의 정책 부재 등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여기에 엔화 가치가 75엔대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6중고', '7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가치가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 혼다는 150억엔, 소니는 20억엔 각각 감소한다. 이를 일본의 전 산업으로 확대하면 엄청난 타격이다.

혼다자동차의 이케 후미히코 전무는 "달러당 70엔대의 환율이라면 일본 기업의 수출은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수출 대기업들은 올해 환율을 달러당 80엔대로 상정하고 경영계획을 세웠지만 크게 빗나갔다.

엔화의 고공행진이 지속돼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상실하면 동일본대지진 충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재무성은 최근 일본의 2011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5%에서 0.5%로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엔고가 계속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엔화 강세 지속…대책이 없다 = 문제는 당분간 엔화 강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과 관계없이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 등으로 달러와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연구소의 사쿠마 고지 경제조사부장은 "달러에서 이탈한 자금이 유럽의 재정 불안 때문에 유로화로 향하지 않고 엔화로 몰리고 있어 달러당 70엔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원화 등에 비해 엔화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일본은행이 시장개입을 계속해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개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엔고를 진정시킬 뚜렷한 정책 수단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엔화를 푸는 시장개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재무성은 지난 4일 달러당 77엔대에서 시장에 개입해 무려 4조5천억엔(약 60조원)을 방출했지만, 엔화 강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일본은행은 엔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엔고 충격을 줄이기 위한 금융완화책으로 국채와 사채 등 금융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금의 규모를 현재의 50조엔에서 5조∼10조엔 정도 증액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