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9년 만에 러시아를 다시 방문한데 대해 중국 학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북핵문제에 대한 지지와 식량을 비롯한 각종 원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진찬룽(金燦榮) 중국 런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 북러 정상 사이의 첫번째 의제는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일정한 조건을 내건 가운데 북한은 조건 없는 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자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러시아는 이런 북한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러시아의 지지 의사 표명이 6자회담 재개 과정에 큰 영향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6자회담 재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태도다. 한국 정부는 작년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성공적인 외교를 했다.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북한의 외교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은 현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6자회담 재개는 서울이 결정한다고 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 러시아가 북한의 무조건 재개 방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회담 재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핵 문제 외에 북한은 러시아에 각 방면의 원조를 요청할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경제 원조가 포함될 것이며 군사 장비 등의 지원 요청이 있을 수 있다. 세번째로 북한은 자국의 경제 발전 심화를 위해 러시아 측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방러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북한은 독립적인 국가다. 지난 수년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 일본 등 국가들과의 관계가 함께 나빠져 고립 상태에 있다. 고립은 경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자존심이 매우 높은 국가다. 현재 이런 고립 상황에서 중국밖에 의존할 나라가 없다. 북한이 러시아의 역량을 이용해 균형을 도모하려한다는 시각에 완전히 동의한다.
북한의 나선 개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러시아에는 돈과 인력이 없다. 러시아는 나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실제 역량이 부족하다. 태도와 능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류장융(劉江永)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교수 = 김 위원장의 방러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 쌍방은 그동안 소원했던 양자 관계를 정상화하는 문제를 우선 논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에 향후 새 지도자가 등장해도 향후 양국 관계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은 인도주의 원조를 포함한 각 방면의 원조를 요청할 것이다.
아울러 6자회담 재개 문제도 정상 간 의제로 올라올 것이다. 이 부분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북한은 미국, 한국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재개 방식에 일부 견해 차이가 있다. 러시아는 일관해 회담 재개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국가다.
김 위원장의 방러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과 주변국들과의 관계 정상화 및 긴장 완화다. 여기에는 미국,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당연히 포함된다. 러시아는 동북아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이고 풍부한 에너지 자원이 있다. 이런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발전은 러시아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도움이 되므로 중국은 이에 불만을 느끼고 있지 않다. 중국은 북한과 줄곧 평등하고 대등한 태도로 접촉과 교류를 하고 있다. 북한이 기타 국가들과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정상적이다. 중국 외교 정책의 목표의 기준은 우리의 영향력이 확대되느냐 아니냐에 맞춰진 것이 아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