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본격 개방하기 전인 지난 1990년대 초 산시성의 한 시골 마을 초등학교를 방문한 서방 기자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굽니까?" 아이들은 1위로 저우언라이(周恩來), 2위로는 마이클 조던을 꼽았다.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중국 공산 혁명을 이끈 저우언라이가 1위인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마이클 조던이 2위라니. 그것도 중국 골짜기 마을에서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 그의 경기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붉은 색 시카고 유니폼을 입고 긴 혀를 내민 뒤 질풍처럼 골 밑을 파고들던 그의 모습… 한 점 뒤진 상황에서 일부러 종료 부저가 울릴 때까지 기다린 뒤 역전 3점슛을 던져 넣던 조던. 그는 인간이 아니라 '농구의 신'처럼 보였다.
어디 조던만 있었는가. 파워 포워드의 대명사 찰스 바클리, 모습이 고릴라와 비슷해 별명이 '킹콩'이었던 패트릭 유잉,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 등…정말 쟁쟁한 스타들이 미 프로농구 NBA 무대를 주름잡았다.
마이클 조던 은퇴 이후에도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까지 NBA의 스타계보는 이어졌지만 조던 시절 보여줬던 그런 강렬함과 긴장감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NBA의 인기도 시들어 지난 2003년에는 미국 내 인기도 조사에서 프로풋볼(NFL), 메이저리그 야구는 물론 미 대학(NCAA)풋볼에도 밀려 4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NBA가 올 시즌은 구단주와 선수 노조간의 대립으로 아예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구단들이 적자가 많아 팀당 전체 선수 연봉을 절대로 5천8백만 달러를 못 넘게 하자는 '하드캡'안을 제시했는데 선수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직장폐쇄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지만 양쪽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는 11월 정상 개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NBA가 문을 닫으면 돈 벌 곳을 찾아야 하는데, 선수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해외 리그 진출 밖에 방법이 없다. 올스타 출신 가드 데론 윌리엄스는 벌써 터키팀과 계약을 맺었고,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 등도 중국과 터키 리그 진출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휴스턴에서 뛰던 중국의 야오밍은 은퇴를 해버렸다. 고질적인 부상이 원인이지만 최근 어수선한 NBA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사실 중국은 NBA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이다. 야오밍의 은퇴로 향후 해외 마케팅 수익도 많이 감소할 전망이다.
줄어드는 인기와 직장 폐쇄…. 위기의 NBA는 조던이 코트 위를 훨훨 날던 그 시대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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