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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프간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 애절한 이야기!

정준형 기자

입력 : 2011.08.02 19:32


아프가니스탄의 한 십대 소녀가 있습니다. 이 소녀의 나이는 올해 17살. 어머니는 오래 전에 죽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아이스크림 공장에 들어가 한달에 95달러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소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영어를 배우고 싶어했고, 컴퓨터도 배우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소녀의 아버지는 "그런 일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며 소녀를 곧바로 아이스크림 공장에 다니도록 했습니다.

바로 그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소녀는 지난해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동갑내기 소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에 곁눈질로만 힐끔힐끔 서로를 바라 보았습니다. 한 달 가까이 남들 몰래 서로를 훔쳐보던 두 사람의 마음은 이심전심으로 통했습니다. 소년이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넸고, 소녀는 수줍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이어 소녀는 자신의 집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땅에 떨어뜨렸고, 소년은 쓰레기를 줍는 척하며 쪽지를 주워 품 속에 고이 집어넣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매일 밤 전화를 통해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소녀의 계모가 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야단을 치기도 했지만, 소녀는 굴하지 않고 소년과 매일 밤 전화로 사랑의 대화를 속삭였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천생연분이라도 된 듯 닮은 점도 많았습니다. 소녀에게 친엄마가 없듯, 소년에겐  아버지가 오래 전 죽고 없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성격도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었고, 둘 다 수줍음도 많았습니다. 두 사람은 좋아하는 노래도 똑같았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은밀하게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은 더 이상 그들의 관계를 숨겨가며 몰래하는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떳떳하게 결혼해서  부부로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두 사람은 법원에 가서 결혼을 하고 혼인 신고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소년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촌형을 설득해서, 소녀와 자신을 법원까지 차로 데려다주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소녀와 소년은 차를 타고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차는 불과 10미터도 가지 못했습니다. 소녀와 소년이 함께 타고 있는 차를 수상하게 여긴 사람이 자동차로 소녀와 소년이 탄 차를 막아선 것입니다.

이어 사람들이 소녀와 소년이 탄 차량 주위로 모여들었고, 이들은 두 사람과 소년의 사촌형을 차에서 끌어내렸습니다. 그리곤 소녀와 소년이 왜 함께 차를 타고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캐물었습니다. 군중들은 3백 명 정도로 불어났고, 이들은 소녀와 소년이 간통을 저질렀다며, 당장 돌로 쳐 죽이거나 교수형으로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년과 사촌형을 향해 집단 폭력이 가해졌습니다.

이 때, 다행히 경찰이 나타나 군중들 사이에서 소녀와 소년을 구해줬습니다. 하지만 군중의 분노는 더욱 커졌고, 성난 사람들은 경찰서로 몰려가 소녀와 소년을 내놓으라며 거센 시위를 벌였습니다. 폭동은 1시간 가까이 지속됐고,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경찰차도불에 탔습니다.

         

                           <군중 폭동으로 불에 탄 차량(美 뉴욕타임스 보도)>

소녀와 소년은 청소년 교도소(소년원)에 수감돼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오히려 감옥이 더 안전한 상황입니다. 두 사람의 운명은, 공식적으로 보면 아프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운명은 부족과 가족의 가혹한 심판앞에 '바람 앞 촛불'과 같은 신세입니다.

소녀의 삼촌은 교도소를 방문해 소녀에게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교도소에서 풀려나는대로 죽이겠다"고 말했고, 소녀의 아버지 역시 가문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두 차례 교도소를 방문해 딸을 만났지만 울기만 했을 뿐, 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차라리 아프간 정부가 딸을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비통한 심정을 내보였다고 합니다.
 

          

             <소녀의 아버지(사진 오른쪽 손으로 얼굴을 괴고있는사람-뉴욕타임스 보도)>

소녀의 이름은 하리마 모하메디, 소년의 이름은 라피 모하메드입니다. 두 사람은 교도소에서 80여 명의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수감돼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갇혀있는 방은 감옥 건물의 정반대쪽 끝방이어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외신에 따르면, 하리마와 라피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자신들이 왜 죽어야하는지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리마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똑같은 인간입니다. 신이 흙을 빚어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왜 우리가 사랑하고 결혼해서는 안 되는 겁니까?"  라피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다면서, "자신은 죽을 각오가 돼 있고, 하리마가 안전하기만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라피 모하메드(뉴욕타임스 보도)>

다행히 두 사람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6월 아프간 쿤두즈(kunduz) 지역에서 사랑의 도주 행각을 벌인 20대 연인이 돌팔매로 공개 처형 당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벌어졌는데, 바로 이 때문에 아프간 정부가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하리마와 라피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아프간 쿤두즈에서 돌팔매를 당해 숨진 여인의 모습>


하지만 하리마와 라피, 두 사람의 운명은 희망보다는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경찰서 폭동 과정에서 숨졌던 희생자의 가족들이 소녀에게 "죽음으로 갚아주겠다"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또 한쪽으로는 소녀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희생자 가족의 아들 가운데 한 명과 결혼을 해라. 그러면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하겠다."

아프간 정부가 언제까지 하리마와 라피를 보호해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전통적인 관습이 법보다 더 우선시되는 나라인 만큼 국가의 보호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쿤두즈 돌팔매 처형 사건과 관련해서도, 아프간 당국은 말만 철저하게 조사를 하겠다고 해놓고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하리마와 라피, 외신들은 두 사람을 '아프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두 사람이 잘못된 관습의 희생양이 되지않도록 모두가 기도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