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역에 700㎜ 안팎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6~28일 긴박했던 구조 현장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양주소방서 김세균 소방관 등 7명은 지난달 27일 오전 5시30분께 양주시 남면 신암리 감악산 구조 현장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5명이 폭우로 고립됐다'는 다급한 신고를 받고 서둘러 감악산으로 향했다.
이들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 2㎞ 이르는 진입로는 이미 토사와 나무로 가득 차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소방관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빨리 구해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구조 장비를 챙겨 산길을 걸어 2㎞가량 올랐다.
얼마후 "여기요, 여기."라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방관들의 불빛을 본 A(45.여)씨 등 5명의 단발마였다. 러나 바로 앞 계곡은 이미 너비 5m 강물로 불어나 있었다. 건너편 A씨 일행은 추위와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소방관들은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어 정씨 일행을 무사히 구조해 냈다. 3시간만이었다.
또 동두천소방서 고용호 소방관 등 3명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전 7시20분께 산사태가 난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으로 긴급 출동했다.
소요산의 한 기도원에 가 있는 B(38.여)씨 등 2명의 생사를 확인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곧바로 뛰어나갔다. 이들이 도착했을 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진입로는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바위와 나무로 가득해 발을 디딜 틈조차 없었다. 소방관들이 진흙에 미끄러지고 큰 나무를 넘기를 반복하며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이들 2명은 무사했고 가족에게 "안전하다."라는 전화를 할 수 있었다.
고 소방관은 "이들의 무사를 확인한 순간 목숨을 건 악전고투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소방관들의 사투에도 미처 목숨을 구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산사태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에 신고가 들어온 것은 이날 오후 9시15분께.
C(70)씨 등 60년지기 초교 동창 5명이 여름 물놀이를 겸해 부부동반 월례모임을 갖고 있던 자리였다. 펜션에 머물던 오후 8시30분께 시뻘건 토사가 집을 덮쳤다. 이 사고로 1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7명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C씨의 아내 D(68.여)씨 등 2명은 흙더미에 깔린 채 보이지 않았다. 생존자들이 손으로 흙을 거둬내는 노력 끝에 흙더미에서 이들을 꺼내는 데 성공했지만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기도 끊기고 휴대전화도 먹통이 된 상황에서 펜션 주인이 다급히 산 넘고 물 건너 신고한 이후 포천소방서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 발생 6시간만인 다음날(29일) 오전 2시30분께.
소방관들이 추가 산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10㎞ 이상을 커다란 바위와 쓰러진 나무들을 헤쳐가는 악전고투 끝에 현장을 들어갔지만, 2명은 이미 남편의 손을 부여잡은 채 숨을 거두고 난 뒤였다.
경기도제2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6일부터 5천600여명과 장비 431대를 총동원해 경기북부지역 주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라며 "빠른 구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끝내 숨지는 현장을 마주할 때면 너무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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