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 부도 위기 사태가 결국 막바지 벼랑 끝 협상까지 몰렸습니다. 다른 나라와 기업들은 설마 상황이 여기까지 올까 했지만 정파적 이해관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미국 정치 여건은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 미 상하원의 다수당 원내대표가 각각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부결되면서 파국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양당 간의 절충안이 마련돼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실제 마감시한인 미국 시간 2일 전에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해야 국가부도 위기가 상황이 일단락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과되는 절충안이 사상 최악 수준에 올라선 미국의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 문제를 풀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고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고소득층의 세금 징수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고 저소득층에 대해 의료보험과 실업급여를 줄이는 문제는 집권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타결 임박으로 거론되고 있는 절충안도 적자 감축 액수는 미흡하고 세수를 늘릴 방안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양당이 막판까지 싸운 것은 내년 대선 유불리를 따지면서 지금 같은 부채 한도 조정 협상을 대선 전에 몇 번 더 하느냐 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대선 전에 다시 겪기 싫은 것이고 공화당은 선거 쟁점으로 집권당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을 반복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절충안은 공화당 쪽 입장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극적인 타협을 해도 이런 상황이 몇 달 안에 반복될 수 있는 셈입니다. 글로벌 금융사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경기회복 전망이 어두워져서 라는 점도 있지만 또 돈줄이 막힐까봐 불안해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융 시장에서도 일본 엔화나 금 같은 안전 자산에만 돈이 몰려 금 값과 엔화 가치가 급등하는 불안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치권이 빚 줄이는 방법에 극적으로 타협한다고 해도 우리 경제에는 썩 좋은 상황만이 아닙니다. 미국 부도라는 최악은 피하겠지만 미국이 빚을 줄이기 위해 허리 띠를 졸라매면 물건 파는 우리 입장에선 좋을 게 없습니다. 미국이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늘리면서 경기 회복을 해야 우리 기업도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건데 그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주말 미국 1분기 성장률은 0.4%라는 쇼크 수준으로 수정이 됐고 2분기 성장률도 1.3%로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올 초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쏟아졌던 낙관론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 수출 기업 입장에선 환율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미국 채권을 사던 중국 같은 나라들이 이제 미국을 못 믿겠다며 우리나라 채권을 잔뜩 사면서 외국인 채권 보유액은 지난 달에만 3조 원 이상 늘면서 85조 원으로 사상 최대가 됐고, 이 때문에 달러 공급이 늘어서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런 추세면 1,000원 선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하락해 물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내수를 늘리지 못하고 수출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는 걱정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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