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우면산 기슭에는 아파트와 전원주택 뿐만이 아니라 판자촌, 비닐하우스 이런 데서 살다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모든 재해 현장을 화면에 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면산 산사태가 인재였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서초구청이 잘못한 게 많아 보입니다.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해를 입은 전원마을에 살고 있는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몇 달 전부터 서초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구청이 배수로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토사가 쌓여 하수관거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 : 수 차례 이걸 뚫어달라고 했더니 다음에 한다, 다음에 한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큰 일 터지고 나니까 이 물이 전부 넘쳐가지고.]
구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배수로 정비공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구청에서 지난 봄 배수로 확장 공사를 절반밖에 하지 않아 이처럼 기형적인 형태의 하수관거가 만들어졌습니다.
새 배수로는 폭이 1m에 달하지만,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배수로는 폭이 그 절반밖에 안됩니다.
형촌마을 주민들도 장마철을 앞두고 배수시설이 불안하다며 여러 번 민원을 넣었지만, 구청은 임시방편으로 1m 높이의 축대 하나만 달랑 설치해줬습니다.
[최상길/형촌마을 주민 : 여러 부서 걸리는 데가 많고, 예산이 많이 들어서 내년이 돼도 될동말동 하다는 거야, 구청 얘기가….]
우면산은 정부가 지정한 '여름철 중점 관리 붕괴위험 절개지'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초구청이 산사태 발생 15시간 전에 발송된 산림청의 산사태 주의보 요청 메시지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 저희가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어요. (산림청에서) 공문을 보냈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받은 사실이 없고….]
결국 우면산 일대 주민들은 관계 당국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예고된 인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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