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연이은 장대비에 전원마을 더딘 복구작업

입력 : 2011.07.28 12:15


산사태 피해 하루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은 다시 쏟아지는 장대비에 제대로 된 복구 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침수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교회에 모여 걱정과 불안감 속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28일 오전 전원마을 입구에서 만난 박이정(76)씨는 서초구의 안이한 예방조치가 사고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는 "집과 바로 마주한 산자락에 큰 나무 세 그루가 폭우나 태풍이 오면 쓰러질 것처럼 위태하게 서 있었다.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 나무를 베어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뿌리가 깊어 쓰러지지 않는다'였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폭우로 이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결국 참사가 빚어졌다.

박씨 이웃집에 살던 엄 모(33)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출근하려고 집앞에 세워둔 승용차에 타려던 순간 나무와 토사가 쏟아져 내리면서 숨졌다.

토사와 빗물은 박 씨와 엄 씨 집 인근 가옥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피해를 키웠다.

엄씨 집 반지하에 세들어 살던 임산부와 두 아이는 쏟아져 들어온 물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인근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노 지선(29) 중사가 창문을 깨고 이들을 구했지만 18개월 된 아들은 미처 구하지 못하고 결국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엄 씨 뒷집 반지하에 산다는 오 영희(54.여)씨는 창문 높이보다 높게 차오른 물 때문에 집안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다가 40여분만에 기적적으로 살았다.

오 씨는 "앞집 담이 무너지면서 마당에 가득 찼던 물이 빠졌으니 망정이지 시간이 지체됐다면 우리도 저세상 사람이 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 씨 부부는 물이 조금 빠지자 방범 창살이 달리지 않은 부엌 위의 조그만 창문을 뜯어내고 탈출했다.

28일 오전 찾은 박 씨 집 일대는 장병들이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승용차가 유리만 보일만큼 찼다던 토사는 어느 정도 치워진 상태였다. 

수방사와 서초구는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긴급 복구작업을 시작했지만 호우가 다시 쏟아지면서 본격적인 복구 작업은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복구작업에 투입된 수방사 관계자는 "장병 200여명이 침수가옥 배수 지원과 배수로 정비, 도로에 쌓인 토사 정리 등의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비가 계속 오기 때문에 전면적인 복구작업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잠잘 곳을 잃은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마을 내 등대교회에 마련된 임시거처에서 새우잠을 잤다.

아침식사는 교회에서 나눠준 컵라면으로 때웠다. 

마을 꼭대기에 산다는 60대 주민은 "갑자기 쏟아지는 물에 몸만 피해 나왔으니 이불은 커녕 갈아입을 옷조차 없다. 가재도구는 물론 집에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망가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경찰에 따르면 27일 내린 폭우로 전원마을에선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전원마을은 우면산 서쪽 기슭 남태령 고개에 자리잡은 단독주택촌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