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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표기 문화특성 무시 논란

입력 : 2011.07.27 17:12


 "땅이 기름져 벼가 잘 되는 마을인 화곡동(禾谷洞), 소나무로 둘러싸여 '솔안말'로 불리던 송내동(松內洞), 서해 소금을 배편으로 운반해 창고에 보관했다는 염창동(鹽倉洞),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도망가던 인조가 잠시 쉬면서 '오금이 아프다'고 해서 붙여진 오금동(梧琴洞)…"

정부가 추진하는 새 도로명 주소가 도입되면 이런 동 이름 대신 길 이름이 주소를 대신하게 된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우리글 진흥원, 조계종 문화결사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우리 땅이름 지키기 시민모임'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도로명 주소 폐기를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지명은 사람이 사는 터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부여했으며 풍수적 요인이나 풍토, 특산품, 역사적 사건 등에서 유래한 지명이 많다"며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땅의 70%가 구릉 지형이고 이에 따른 지번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촌락과 도시의 확장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며 "도로명 주소는 길을 기준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평지 지형의 나라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로명 주소 사업이 문화적 뿌리까지 뽑아내고 막대한 돈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 중대한 사업인지 원점에서 재고하고 도로명과 지명은 국민 정서와 역사성 등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글진흥원 양영채 사무총장은 "정부는 물류비 절감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도로명 주소 작업이 시작된 1996년과는 환경이 달라졌다"며 "초보 택배기사도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으로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 사무총장은 "새주소 업무편람은 2006년 위기관리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문의용 전화통화 요금 6천303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당시 이동통신 3사의 통화료 수입의 17%로 사람들이 5통에 1꼴로 문의 전화를 건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도로명 주소 홈페이지에는 문의전화 통화 비용 등의 항목을 '외국인관광객 길 찾는 비용', '대리운전 길 찾는 비용'으로 바뀌었지만 금액이나 산출 근거는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