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파격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치과들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치과계의 이마트'라는 별명까지 생겼는데, 보통 네트워크 치과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사실 네트워크 치과의 효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예치과>입니다만, 지금 논란이 일고 있는 치과들은 예치과와는 조금 다른 구조입니다. 예치과가 각각의 독립적인 병원들이 마케팅과 경영방식을 '공유'하는 형태라면, 문제가 되는 치과들은 본사가 지점을 '관리'하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네트워크 치과라는 표현 대신 '프랜차이즈형 치과'(이하 '프랜차이즈 치과')라는 표현을 사용할까 합니다.
프랜차이즈 치과가 불법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치과의사협회나 치과의사 개원의협회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치과 사람들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합니다. 오히려 담합을 일삼던 기존 치과계가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해 가격을 과감히 낮춘 자신들을 음해하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보도가 나간 이후 일부 언론이 이런 관점으로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의 본질은 '밥그릇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일단 프랜차이즈 치과의 불법 논쟁부터 살펴야 합니다. 사실 이 논쟁은 치과계에 몸담고 계신 분들에게는 꽤 익숙한 내용입니다. 과연 진실은 뭘까요? 쟁점과 내용을 한 번 따져 볼까 합니다. (법리를 들춰가며 설명해야 하니 복잡하고 긴 글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은 건너 뛰셔도 좋겠습니다.)
■ 의료법: "의사 1명은 병원 1곳만"
프랜차이즈 치과가 불법인지를 따지려면 우선 의료법부터 살펴봐야 하겠지요. 현행 의료법 33조 2항은 의사 1명이 병원 1개만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치과 한 곳은 전국의 100개가 넘는 병원을 사실상 1명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지요? 그래서 치과협회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치과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검찰은 '무혐의' 결정...이유는?
이 때문에 치과협회는 최근 한 프랜차이즈 치과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의사 1명이 병원 1개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요. (다른 혐의도 있었습니다만 일단 이 부분만 살펴보겠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해당 프랜차이즈 치과는 검찰 조사는 받았지만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습니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처벌하기엔 좀 애매하다'고 검찰이 판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판단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불기소 결정문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용어가 어렵고 복잡합니다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이런 형태의 병원이 처벌받은 전례가 없다.
불기소 결정문 중간에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부분이 보이시죠?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함은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진료행위를 하면서도 또 다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직접 자신이 진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인데, 단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진료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 경영에 직접 관여한 것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 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03.10.23 선고 2003도256 판결 참조)
비슷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죄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을 했다는 거지요. 대법원의 판단은 조금 뒤에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2)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
사실 대법원 판례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각 지점의 개설 명의자인 치과의사를 피의자 OOO이 고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의자 OOO이 다른 의원에서 직접 진료한다는 증거 역시 없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아마도 치과협회에서 이 치과를 고발하면서 구체적인 자료나 증거들은 내놓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범죄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찾아내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사건이 고발사건이란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인지사건에 비해 고소고발 사건은 증거수집을 위한 노력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왜 자료를 못 찾았느냐'고 정색하고 검찰을 비판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발끈하실 검찰분들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문제의 본질이 아니니 일단 넘어갑시다. ^^;)
쉽게 설명하면 검찰의 불기소 결정 이유는 이런 겁니다. "비슷한 사례로 처벌 받은 경우도 없고, 대법원 판례를 봐도 딱 떨어지게 범죄라 하기 좀 애매하고, 범죄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도 없다."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나 진술 등이 명확했다면,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검찰은 범죄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은 아니니까요. 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고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시비를 가려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게 검찰의 역할이니까요. 만약 불법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증거와 증언들이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습니다.
■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그럼 대법원은 왜 무죄로 판단했을까요? 검찰이 불기소 결정에 인용한 판례나, 문제의 프랜차이즈 치과가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모두 2003년도에 이뤄진 대법원 판결입니다. 당시 사건은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대법원 판단의 근거와 내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무장 병원' 막기 위한 법
용어가 어렵고 복잡해 보입니다만, 쉽게 그냥 두 줄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1) 왜 의사 1명이 병원 1곳만 개설하도록 의료법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해석
(2) 1번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판단
여기서 중요한 건 의료법의 '입법취지'입니다. 입법취지 즉 의료법이 이렇게 만들어 진 이유 말입니다. 취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바른 법적용이 가능할테니까요. 입법취지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무장 병원이 생겨나는 걸 막으려고 만든 법이다.'
한 의사가 여러 병원을 거느릴 경우, 결과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관리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돈 있는 의사 1명이 여러 병원을 내면, 당연히 물리적으로 책임 있는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겠죠. 그러면 의사가 아닌 사람(사무장이나 간호사, 일반인 같은)이 병원을 관리하게 되고, 그러면 환자들이 부실한 진료로 피해를 보니까요.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예 처음부터 의사 1명은 병원 1개만 개설하라고 한 겁니다. 이게 의료법 33조 8항의 입법취지 입니다. 이 부분까지는 비교적 명쾌하지요? 해석이 갈리는 부분은 그 다음 부분입니다.
■ '경영 참여'는 '개설' 아니다
A라는 의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B라는 의사와 합의해 병원을 만들었습니다.(병원 명의는 B씨 입니다) 그리고 A씨가 B씨 병원의 직원들을 직접 뽑고 월급도 줍니다. 그리고 병원 경영도 합니다. 생긴 수익도 나눠 가져 갑니다. 자, 이런 경우는 A가 병원 2개를 차린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 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판결문이 참 어렵게 쓰여 있습니다만, 쉽게 풀면 이런 내용입니다.
프랜차이즈 치과 '불법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근거가 이 부분입니다. 직원들을 뽑고 월급을 주고, 경영에 참여를 하더라도 그건 경영일 뿐 '병원을 개설한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그래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거고요. 이해가 되시죠? (판결문의 뒷부분은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2003년 사건의 주인공은 결국 처벌을 받았습니다. 직접 A 병원과 B 병원을 오가면서 진료를 했거든요. 대법원은 '경영만 하는 건 괜찮은데 직접 왔다갔다 진료했으니 너는 불법이다' 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럼 대법원은 왜 경영 참여가 개설이 아니라고 봤을까요? 직접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저 ‘다른 병원의 직원을 뽑고 경영에 참여해 돈을 받아간 것'이 '무자격자가 병원을 관리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죠. 의사 B씨가 병원에 원장으로 상주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자기 병원에서 무자격자가 시술을 하다 걸리면 B씨까지 처벌을 받으니까요. 다른 방식의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경영참여 까지는 괜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병원 소유하고, 무자격 시술 부추겼다면?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영에 참여하고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이라고 되어 있을 뿐 병원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명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별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소유권에 대한 적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 재판에는 취재진이 입수해 보도한 계약서(권리약정서)와 같은 증거와 구체적인 진술들은 제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해당 사건 기록을 전부 확인한 것은 아니니 추측이기는 합니다만) 만약 그런 자세한 내용의 계약서나 진술이 있었다면 '해당 병원을 소유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이라고 표현했겠지요.
앞서도 설명했지만, 바꿔 말하면 대법원 판단은 이런 식 입니다. 예를들어... "의사 A씨와 의사 B씨가 각각 병원을 개설합니다. 그런데 경영에 서툰 B씨가 A씨와 합의해 경영을 위탁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늘었습니다. B씨는 고마워하며 자기 병원에서 생긴 수익의 일정부분을 A씨에게 줍니다. 두 병원 모두 환자를 많이 유치합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병원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본 겁니다. 돈이 많은 A라는 의사가 병원을 여러 개 세워놓고 감당을 못하니까 사무장, 간호사, 친인척 등에게 병원을 맡겨놓고 돌아가면서 진료를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거지요. 중복 개설을 막는 가장 큰 이유는 무자격자의 불법 시술을 원천봉쇄 하자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만약 의사 A씨가 '무자격자의 불법 시술을 부추기는' 시스템의 병원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어떨까요? 문제의 프랜차이즈 치과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설이 되긴 했지만, 계약서를 보면 병원의 인사권도, 병원 재산이나 소유권도, 심지어는 통장과 통장의 비밀번호까지 모두 A씨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직원들의 월급은 모두 매출의 일정 비율로 주고 있습니다. 100원을 벌면 20원을 가져가고 1000원을 벌면 200원을 가져간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다 보니 ‘월급을 많이 받으려는 의사들’이 과잉 진료를 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직원들이 불법 시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불법 시술이라는 게 의사가 해야 할 시술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서 임플란트 위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진단까지 합니다. 의사는 그저 차트를 보고 시술만 할 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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