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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로는 실험장? 사고만 키운 교통정책

김범주 기자

입력 : 2011.07.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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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올 초 삼색신호등을 전면 도입하겠다, 안된다 하면서 말들이 참 많았습니다. 결국 교통문제는 국민들 안전과 직결된 만큼 신중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었죠? 그런데 아직도 밀어붙이기식 교통정책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현장추적 김범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7월 1일, 충북 보은군의 모든 신호등이 24시간 깜빡이는 점멸 신호등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차들이 신호 대기 없이 다니면 시간과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새 제도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사고 다발구간에도, 왕복 4차선 도로가 맞물리는 중심가 교차로에도, 가릴 것 없이 점멸신호가 도입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교통사고가 2배나 늘었고, 사망자만 3명에 부상자도 70명이 넘었습니다.

[김진한/보은 주민 : 하다 보니까 사고가 계속 났잖아요. 타지에서 오신 분들은 점멸 신호다 보니까 이거 빨리 가는줄 알고 그냥 내리 쏜단 말이에요.]

당황한 경찰은 시행 열 한 달만인 지난달 주요 교차로 신호등을 원상태로 돌려놨습니다.

점멸신호는 2009년부터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전국 2만 곳이 넘는 지역에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점멸 신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민이 많습니다. 

[강후돈/서울시 길동 : 전 느끼기에 고장난 것 같은...근데 계속 저렇게 하는거 보니까...(일부러 저렇게 해 놓은거 모르셨어요?) 신호등을 저렇게 일부러 해놔요?]

특히 야간엔 상당수 차들이 건널목에서 일단정지나 서행해야 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내달립니다.

건널목의 보행자를 보호할 안전 시설이 없는 곳이 상당수입니다.

[장종태 : 사람은 생각 안 하고 차만 잘 달리는 생각 하는거 아냐. 그건 아니지. 사람을 보호 해야되지.]

선진국형 시설이라며 함께 추진중인 회전교차로도 현실은 영 딴판입니다.

교차로에 이미 들어선 차가 우선, 진입하려면 일단 정지해야 하는데, 양보 없이 먼저 가겠다고 그대로 밀고 들어오고, 심지어 공무수행 중인 차량이 반대방향으로 역주행하기도 합니다.

교통 체계를 바꿔 놓으면 운전자들이 알아서 적응할 거란 생각을 정부가 여전히 못 고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찬 교수/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 하드웨어 바꾼다고 어떻게 소프트웨어가 따라오겠습니까? 너무 일률적으로 하려고 하는게 부작용이 있고…]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당국이 정교하게 준비하고 운전자에게 꾸준히 설명하지 않으면 제 2, 제 3의 삼색 신호등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영상취재 : 박승원, 영상편집 : 남일,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