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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태풍 '족집게 예보'에 슈퍼컴 있다

입력 : 2011.07.17 08:25

국내 3대 보유…세계 20~21위 속도 자랑


지난달 24일 오후 늦게 기상청은 올해 제5호 태풍 '메아리(Meari)'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긴급히 알렸다.

기상청은 당시 태풍 '메아리'가 3∼4일 뒤 동중국해상까지 진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정확히 4일 뒤인 26일에 우리나라는 태풍 '메아리' 영향권 안에 들어갔고, 다행히 태풍이 서해상을 따라 북진하다가 온대저기압화 하면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처럼 통제 불가능한 수많은 변수를 지닌 자연현상인 태풍의 진로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이나 장마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덕이다.

슈퍼컴퓨터는 단순하게 말해 계산을 매우 빠르게 하는 컴퓨터다. 자동차 및 항공기 설계, 용광로 및 댐 설계, 천문학 및 화학 연구, 영화 제작 등에 활용될 뿐 아니라 미래의 날씨와 기후를 계산하는데도 필수적이다.

'슈퍼컴퓨터 톱 500위원회'는 매년 6월과 11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1∼500위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6월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는 일본의 K컴퓨터로, 8천774테라플롭스(TF)의 속도를 자랑한다.

이는 곱셈을 1초에 8천774조번 계산하는 것으로, 72억명이 1년 간 계산할 것을 1초에 처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총 3대의 슈퍼컴퓨터가 있다. 2대는 충북 오창과학단지 내 위치한 기상청이, 1대는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이 보유하고 있다.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해온'과 '해담'은 세계에서 20번째, 21번째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해온'과 '해담'의 처리속도는 각각 379TF로, 6억명이 1년 간 계산할 양을 1초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날씨 예측은 크게 '자연의 현재 모습→자연의 규칙→계산식(수치모델)→슈퍼컴(계산)→예측'이라는 다섯 개 과정을 거친다.

현재 자연의 모습을 보고 규칙을 파악한 뒤 계산식을 만들면 이를 슈퍼컴퓨터가 계산해 예측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이정환 기상청 예보기술팀장은 "인간만이 자연의 규칙을 파악해 계산식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는 슈퍼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수직 해상도, 즉 하늘 방향으로 80km까지를 상단고도로 하면서 이를 70개 층으로 나눈다. 수평으로는 25km 정도를 하나의 단위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슈퍼컴퓨터는 지구를 위도 기준으로는 769개 구간으로, 경도 기준으로는 1천24개 구간으로 인식하고 다시 수직방향으로는 70개층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 경우 총 5천512만1천920개의 격자점이 생기는데,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450초마다 모든 격자점의 기온, 기압, 습도, 바람, 복사, 상변화 등의 물리방적식을 계산한다.

10일 예보 시 총 2천17회의 계산이 필요한데,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이를 1시간 이내에 완료한다.

아울러 기상청의 레이더 11개소에서 10분 관격으로 10개 이상의 고도를 중심으로 4개 요소를 관측하면 1일 6천624개의 자료가 발생한다.

이를 5초당 1개씩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약 9시간이 소요된다.

하루에 7만장이 생산되는 수치일기도 역시 5초에 한 장씩 확인하더라도 4일 낮밤이 걸린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이러한 방대한 관측 자료를 분석하고 선진예보시스템과 연계해 위험기상을 자동 감시한다.

이처럼 놀라운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지만 수명은 보통 5년을 넘지 못한다.

슈퍼컴퓨터의 속도가 11년마다 1천배씩 향상될 만큼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에 도입된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는 2000년 도입된 슈퍼컴퓨터 1호기에 비해 100배 가량 빨랐고, 지난 2010년 도입된 3호기인 '해온'과 '해담'은 2호기의 40배에 달하는 계산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팀장은 "전투기와 마찬가지로 슈퍼컴퓨터 역시 국가경쟁력을 상징하다보니 서로 경쟁적으로 빠른 컴퓨터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기상청 슈퍼컴퓨터 3호기 역시 2년 후에는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