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늘리면서 인력은 나몰라라…깔대기현상 부추기는 정부
마음만 먹으면 보이는 사각지대
말장난 소재로 형용모순만큼 좋은 건 없을 것입니다. '사귀고 싶지 않은 이상형', '비신사적 젠틀맨', '초호화 반지하 자취방'처럼 말이죠. 요즘 보건복지부 안팎에선 이런 농담이 인기입니다. 사각지대란 좀체 보이지 않는 시야 바깥을 뜻하는 말인데, 마음만 먹으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복지부와 각 지자체가 분주히 찾고 있는 '복지사각지대'가 정답입니다.
정부가 최근 복지 사각지대 실태를 조사했더니, 2만 3천여 명이 금새 확인됐습니다. 5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단 3주 만에 전체 기초생활수급자의 1.2%가 사각지대란 이름으로 나타난 것이죠. 새롭게 보살핌을 받게 된 사람이 늘어난 건 다행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웃이 이토록 많다는 얘기이기도 해서 씁쓸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발굴 이벤트가 아니면 빈곤층을 찾아내기 어려운 것일까요. 일상 업무로 빈곤층을 찾고 돌볼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턱없이 부족하고, 복지 공무원을 늘린다는 정부의 약속도 말잔치에 그치고 있는 게 한 가지 원인입니다.
지난 4월 화장실에서 생활하는 삼 남매 사연이 'SBS 8뉴스'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뒤 정부가 복지 사각을 찾고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가 약 3주간 벌인 실태 조사만으로 무려 2만 3천여 명이 확인됐습니다.
정신지체 3급으로 26살 동갑내기 김 모 씨 부부는 서울 자양동의 한 놀이터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다, 구청 공무원에게 발견돼 긴급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선 1년째 승용차에서 생활해 온 백내장 중증환자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리 아래나 창고, 공원 화장실 등 취약지대에서 발견된 사람들이 16%를 차지했습니다.
단 3주 만에 이렇게 많은 빈곤층이 발견된 걸 보면, 복지 사각의 규모가 엄청나단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복지부는 앞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 체계를 상시 가동하겠다고 다짐을 할 만 합니다.

복지 대상 7백만 명 느는데 공무원은 5백 명 충원
이 같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업무는 새로 생긴 업무가 아닙니다. 일선 읍면동에 배치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평소 업무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거대한 사각이 존재하는 건 발굴과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 2만 7천여 명의 민원을 처리하는 서울 성북구의 한 주민센터엔 사회복지직 공무원 김모 씨 단 1명뿐입니다. 과거 전담공무원이라고 불린 이들 사회복지직은 복지 대상자에게 수혜 가능한 복지 사업을 연계해 주는 일을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복지 수요 파악과 상담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김 씨를 찾는 하루 방문자 수는 30여 명에 달합니다. 가정형편과 건강상태 등 꼼꼼히 확인할 것이 많다보니, 한 명을 상담하는 데 보통 30분 이상 걸립니다. 그는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해 기초 생활을 보장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의 다양한 욕구를 찾아내고 지원해 줘야하는데, 그런 역할은 전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읍면동 주민 센터의 사회복지직은 평균 1.6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그나마 사회복지직이 아예 없는 곳도 51곳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전국 사회복지직 공무원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우리나라 복지 예산이 27%를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2006년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등 정부 복지사업 대상은 3백 97만여 명이었지만, 지난해엔 천 10만여 명으로 2.5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들을 전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고작 5%, 그러니까 5백 30명 늘어난 1만 3백여 명에 멈춰 있습니다.
'깔때기효과' 나몰라라…반복되는 공염불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며 복지부는 올해 사회복지직을 5백 10명 늘리기로 하고 지자체별로 증원 규모를 통보했습니다. 복지예산 증가와 수요확대를 뒷받침할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2월 9일 행정안전부와 복지부가 함께 내린 조치입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복지인력충원에 대해 각 부처가 협의하라”고 언급한 뒤 나온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취재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20명을 배정받은 대구는 10%에 불과한 2명을, 15명을 배정받은 부산은 4명을 충원한다고 보고했습니다. 52명을 권고받은 인천시도 절반에 못 미친 19명을 뽑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나마 재정이 나은 서울, 경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복지부가 24개 시군 224명을 배정한 경기도 역시 139명 충원에 그쳤고, 서울은 77명에 56명을 채우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렇게 정부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는 데는 예산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5년 전 정부는 복지 공무원의 인건비 지원을 끊었습니다. 지자체 재정은 고려하지 않고, 인력을 늘리라고 말로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증원이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 지자체 입장에선 일반직을 복지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데다, 일부 시군구는 토목 건설 사업에 인력 확보를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부는 지자체에 사회복지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떠넘겼지만 부담은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복지 예산과 사업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담 공무원에게 중앙에서 내려 보낸 복지 업무가 몰리는 ‘깔때기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입니다.
이런 상황이 모순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빈곤층에 대한 복지 업무는 성격 상 국가의 고유 책무에 속하는 데, 정부가 책임을 지자체에만 전가했다는 비판입니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사회복지직의 빈곤층 지원 업무는 지차체가 아닌 국가의 책무기 때문에 인건비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인력 확충을 위해선, 중앙 정부가 공무원 정원과 별도로 사회복지직 정원을 따로 지정 관리하고, 지자체 인건비 지원도 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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