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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반 총장, 그의 24시간 들여다보니

입력 : 2011.07.10 12:39|수정 : 2011.07.10 14:06

재선 후 첫 출장지, 남수단 동행취재…빡빡한 일정 속 컨테이너 숙박, 기내 햄버거로 점심


한 달에 평균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사나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을 가진 인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설명할 때 흔히 따르는 수식어구다.

반 총장이 지난달 재선을 확정한 뒤 첫 출장에 나서면서 다시 힘찬 행보를 내디뎠다.

출장지는 오랜 내전 끝에 9일(현지시각) 독립 신생국으로 탄생한 남수단.

`세계 대통령'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반 총장의 남수단 출장에 연합뉴스가 동행해 그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했다.

◇"쉴 틈이 없다..분초 나눠쓰는 강행군" = 반 총장이 남수단 수도 주바에 도착한 것은 8일 오후 4시 30분.

뉴욕에서 경유지인 이집트 카이로, 수단 하르툼 등을 거쳐 남수단 주바로 이어지는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쉴 틈이 없었다.

동행 취재진과 인터뷰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반 총장은 유엔기로 카이로에서 하르툼으로 이동할 때는 기내에서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했고 하르툼∼주바 구간에서는 독일 dpa통신과 인터뷰했다.

피곤한 일정 속에서도 반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대충 하는 법이 없다.

반 총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줬다.

요미우리신문의 유엔본부 출입기자인 미시노부 야나기사와는 "반 총장은 기자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명쾌한 답변을 주기 때문에 그와의 인터뷰는 늘 생산적이고 즐겁다"고 말했다.

주바에 도착한 반 총장은 곧바로 공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유엔 수단평화유지군(UNMIS) 기지로 이동, 업무 현황을 보고받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부임 초기 세계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 중 최대 규모인 2만명을 수단에 배치, 수단 남북간 충돌을 억제하며 결국 남수단이 독립을 쟁취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6시 남수단 대통령궁에서 살바 키르 초대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남수단의 독립에 유엔이 기여한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사의를 전달받았다.

키르 대통령과 면담 뒤에는 다음 날 남수단 독립기념식 참석을 위해 미리 도착한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이 이어졌다.

오후 8시에는 남수단 독립기념식 취재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평화유지군의 주둔 기간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독립기념식 참석을 위해 한국 정부 대표로 남수단을 방문 중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조우했다.

이후에도 반 총장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현지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들이 몰려들면서 반 총장은 한동안 회견장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반 총장은 오후 9시에는 남수단 정부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 남수단의 독립을 축하하고 신생 독립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사실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화려해 보이지만 고독한 자리 = 반 총장이 수단 출장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에 돌아온 것은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숙소는 평화유지군 기지 내 컨테이너형 객실로 유엔 사무총장이 묵기에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경제 때문에 수도 주바에 변변한 호텔이 없기도 하지만 반 총장은 오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평화유지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컨테이너에서의 1박을 마다하지 않았다.

잠시 눈을 붙인 반 총장은 9일 남수단의 역사적인 새날을 알리는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출장 둘째날 일정을 준비했다.

오전 7시 기지 내 카페에서 조지프 데이스 유엔총회 의장 등 유엔 대표단과 함께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친 반 총장은 `프랑스24' 등 3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이어 수단 남북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접경지 남(南)코르도판주의 평화유지군 간부들을 만나 격려한 뒤, 오전 10시 30분 남수단 독립기념식이 열리는 존 가랑 기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엔 사무총장이 도착했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이 있자 남수단 현지인들은 반 총장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를 반겼다.

남수단이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유엔의 적지 않았던 역할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보였다.

반 총장 일행은 오후 2시 30분 독립기념식이 마무리되자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해 급히 주바공항으로 이동했다.

기념식 참석 관계로 점심식사를 제때 하지 못한 반 총장은 오후 4시가 돼서야 유엔기에서 제공한 기내식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주바의 열악한 사정 때문에 음식을 구하기 어려워 기내식은 마요네즈만 바른 미니 햄버거와 양상추, 오렌지 주스가 전부였다.

식사를 마친 반 총장은 동행한 수행원들과 각국 취재진이 앉아 있는 좌석으로 일일이 찾아가 고생했다며 인사하는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4시간 가까이 독립기념식에 참석했던 탓에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반 총장은 뉴욕 도착 이후 진행될 향후 일정을 챙기느라 참모들과 계속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살인적인 일정의 강행군 속에서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반 총장은 "출장 중 끼니를 거르거나 장시간 비행을 하면 피곤할 때도 있지만 업무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피곤함도 잊게 된다"며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주바에 도착했던 반 총장은 다시 에티오피아, 두바이 등 중간 기착지를 거쳐 10일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다.

(주바<남수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