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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량 육포' 뭐가 들어 있을까?

안서현 기자

입력 : 2011.07.06 20:11


#왜 '불량 육포'일까?

'불량 육포' 뉴스를 보고 놀라셨던 분들 많을 텐데요, 처음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이 내용으로 브리핑을 한다고 했을 때 평소 육포를 즐겨 먹었던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보통 정상적인 육포는 쇠고기 홍두깨살로 만듭니다. 시중에서 파는 육포의 포장지 뒷면을 보면 '쇠고기 홍두깨살 95%' 등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90% 이상 순 쇠고기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불량 육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율은 쇠고기 55%, 돼지고기 45%. 하지만 포장지에는 뉴질랜드나 호주산 쇠고기를 90% 이상 사용해 만든 것으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을 속인 것입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돼지고기를 거의 절반 가량 섞어서 육포를 만들다보니 색깔이 쇠고기만 이용해 만든 육포처럼 붉지 않았습니다. 돼지고기는 쇠고기처럼 붉은 빛깔을 띠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용한 것이 '코치닐추출색소'였습니다. 붉은 색을 내는 이 색소는 축산물가공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유해 색소입니다. 많이 복용했을 경우, 알레르기성 쇼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인체에 해로운 색소라고 합니다.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빨리 부패하고, 냄새가 난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방부제도 첨가됐습니다. '불량 육포'에서 검출된 방부제는 '안식향산'으로, 마요네즈와 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만 넣을 수 있도록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물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방부제를 과량 복용했을 경우, 발암 물질인 벤젠을 형성해 혈액 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심지어는 태아 기형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어떤 육포가 '불량 육포'일까?

그럼 '불량 육포'와 정상적인 쇠고기 육포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육포를 먹을 때, 잘 찢어지는 육포와 그렇지 않은 육포가 있습니다. 결을 따라 세로로 잘 찢어지는 붉은 육포는 정상적인 쇠고기 육포입니다.

하지만 육포를 찢었을 때, 일정한 방향 없이 아무렇게나 잘라지고, 잘 찢어지지 않는다면 '불량 육포'로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잘게 갈아서 섞어 넣다보니, 일정한 '결'을 따라 찢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나무를 잘게 갈아서 본드로 붙여 만드는 '합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합판도 '결/세로무늬'가 따로 없죠?)

# 얼마나 유통된 걸까?

경찰에 적발된 업체 대표 50살 김모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경찰에 확인된 것만) 이런 '불량 육포'를 팔아 35억 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국내 유명 식품회사와 도매업체 30곳에 납품했고, 납품된 육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유흥업소, 재래시장 등 전국 곳곳에 유통됐습니다.

아직 경찰에서 식약청 등 관련 행정기관에 통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된 육포는 회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 얼마나 있는 건지, 소비자들한테 얼마나 팔린 건지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 취재를 마치며...

뉴스를 제작하면서, 불량 육포를 계속 찢어보고 만져보고 하느라 손에 기름 범벅이 됐습니다(하루종일 몸에서 육포 냄새가..ㅠㅠ). 제가 평소에 육포를 즐겨 먹기 때문에(정확히 말해서 앞으로 육포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쇠고기 육포와 '불량 육포' 구별법을  가장 열심히 취재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육포까지 한번 의심하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