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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콩고와 리비아, 최대 희생양은 여자?

정준형 기자

입력 : 2011.06.24 18:11|수정 : 2011.06.24 18:11


위 사진 속 여성의 모습을 보신 기억이 있는지요? 사진 속 여성은 아프리카 콩고에 살고 있는  올해 21살 된 '이마퀼레' 입니다. 지난해 가을 '여성신문'에서 보도한 사진인데, 3년 전 이마퀼레가 18살 때 마을을 습격한 반정부군 무장대원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찍힌 사진입니다. 

이른바 '성폭행의 나라'로 불리는 콩고에서 이마퀼레처럼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은 부지기수입니다.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콩고에서는 하루 평균 40명, 한달 평균 1,200명의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콩고의 성폭행 문제와 관련해 외신이 또 들어왔습니다. 지난 10일과 12일 사이에 반군에서 뛰쳐나와 정규군에 합류했던 군인들이 부대를 탈영해 대규모로 부녀자들을 성폭행했다는 소식입니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숫자는 15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내전에 휩싸여 있는 콩고의 성폭행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7월 말과 8월 초에 걸쳐 반군들이 수백 건의 성폭행을 조직적으로 자행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터입니다. 여기에 치안을 유지하고, 부녀자를 보호하라고 현장에 배치된 콩고 정부군마저 집단 성폭행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까지 했습니다.

성폭행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곳은 콩고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리비아에서도 카다피군이 반군 활동지역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고 있다는 외신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들어온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반군이 장악했던 미스라타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정부군이 현지 여성 1천여 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리비아 정부군이 군인들에게 '비아그라'를 나눠주고,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성폭행하도록 했다는 외신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카다피군 일부는 휴대전화로 성폭행 장면을 녹화하기도 했는데, 지난 17일에는 미국의 CNN 방송이 이 휴대전화 동영상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리비아군의 성폭행 만행은 지난 3월 '알-오베이디'라는 여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알-오베이디가 해외 취재진이 머물고 있던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 나타나 카다피군 15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입니다. 외신을 보면, 리비아에서 성폭행을 당한 일부 피해 여성들의 경우 임신을 막기 위해 표백제를 마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리비아군의 집단 성폭행을 폭로했던 알-오베이디>

리비아군 집단 성폭행의 경우, 실제로 조직적인 성폭력이 자행됐는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기는 합니다만, 콩고와 리비아 사례를 보자면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이 '전쟁의 부산물'이 아니라 계획적인 '전쟁의 도구' 이자 '군사전략'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부녀자들에 대한 성폭행이 자행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습니다만, '전쟁의 무기'로 본격 활용된 것은 199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병사들이 인종 청소를 목적으로 2만여 명의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했고, 1994년 르완다 대량 학살, 2004년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 당시에도 무자비한 집단 성폭행이 자행됐습니다.

성폭행이 전쟁무기로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총을 사용한 학살보다 집단 성폭행이 가족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단 성폭행을 통해 적군 병사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데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가족들에 의해 버려질 경우  공동체를 해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경우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동체 파괴에 앞서 한 개인이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전쟁의 도구로 활용되는 집단 성폭행의 경우, 전쟁이 끝난 뒤라도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성폭행이 '전쟁 범죄'가 아닌 '개별 범죄'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의 경우엔 성폭행 증거 수집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성폭행이 가해자보다는 오히려 피해 여성이나 가족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08년 6월, 분쟁지역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을 즉각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 결의안에서 유엔 안보리는 고의적인 성폭력을 전쟁의 한 전술로 정의하고, 국제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습니다. 또 성폭력 범죄의 경우 분쟁이 끝난 뒤에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채택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 합니다. "여성들이 너무 오랫동안 공인되지 못한 전쟁의 희생양이 돼 왔다"고 국제사면위원회가 밝히기도 했습니다만, 콩고와 리비아를 비롯해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 여성들의 안전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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