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 대선 얘기만 나오면 질겁을 한다.
황급히 손을 저어 아예 질문 자체를 받지 않거나 보도 불가(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그런 얘기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제안하기 일쑤다.
자신의 입에서 '대선의 ㄷ 자만 나와도' 자칫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런 반 총장도 어쩔 수 없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연임 확정 다음날인 22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 주요 뉴스 통신사들과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외국 기자가 "당신이 한국에서 대통령 후보로 언급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진 것.
반 총장은 "여론조사를 하는데 내 이름이 나왔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내가 연임이 확정됐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은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더 이상 한국 대선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반 총장은 "연임이 됐기 때문에 나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분에 충실할 것"이라고 다시 못을 박았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왜 아직도 한국 정치판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 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에 따라 내년 대선과 연관시키는 것은 반 총장 개인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 더러 국제사회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는 게 반 총장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