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난리가 났다', K-Pop 스타들의 공연 전후 언론보도를 보면 이렇게 느끼시기 쉬울 것입니다. 사실 다른 나라였으면 이렇게 큰 뉴스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름 문화와 예술의 나라라고 자부하고 있는 곳에서 한국의 K-Pop 가수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니 한국에서는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게 정말이냐?’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하자면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그런 현상은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프랑스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좀 심하게 표현하면 커다란 커피숍이 있는데, 그 중 어느 한 테이블의 어느 한 손님 ‘찻잔 속에서 폭풍’이 분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손님들은 그 작은 ‘남의 찻잔’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측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따져 보도록 하죠.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샤이니, 슈퍼주니어, 에프엑스 등 K-Pop 스타들이 지난 주말 파리에서 첫 유럽 공연을 가졌는데, 한마디로 열광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유럽에서 한류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할만도 합니다.
프랑스에 입국할 때 공항에서부터 열광적인 반응이었고, 두 차례 공연 모두 7천 석 규모의 공연장이 완전히 매진됐습니다. 당초 공연은 1회로 계획됐는데, 예매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매진되면서,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시위성 ‘플래시 몹’까지 벌였습니다. 결국 1회 추가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두 번째 공연 역시 30분 만에 매진될 정도였습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나 스웨덴, 러시아, 라트비아까지 유럽 전역에서 K-Pop 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등, 세 시간 반에 걸친 공연은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이번 공연과정에서 특히 놀라웠던 점은 우리말로 된 노래를 프랑스 청소년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어로 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10대 소녀들도 많았습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한 소녀 팬은 K-Pop 스타들에게 주려고 과자를 직접 구워왔는데 전해줄 길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 옆 펜스에 매달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K-Pop 스타들의 얼굴을 잠깐이라고 보려고 애쓰는 소녀들은 영락없이 국내의 극성 팬들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확대해석 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아이돌 스타들이 신곡을 발표해서 히트를 하면, 매니어 계층이 아니어도 누구든 TV나 라디오, 혹은 길을 가다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계속 반복해서 듣는 경우도 많죠. 그러다 보니 웬만한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이름과 출신 등을 줄줄 외우곤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튜브와 페이스 북 등 인터넷을 통해 K-Pop 스타들의 노래에 관심을 갖는 계층은 분명히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닙니다.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TV나 라디오 등 대중매체나 길거리에서는 들을 수 없습니다. K-Pop 매니어들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팬덤(Fandom) 현상 역시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프랑스 사회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 모두 비틀스 이후 극성 팬들의 존재는 있어 왔고, 프랑스도 1990년대를 전후해 Boys Band라는 장르를 통해 아이돌 그룹들이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 K-Pop 스타들에 대한 팬덤 현상에 대해 무덤덤해 합니다. 단지 우리 K-Pop 스타들에 대한 유럽 팬들의 팬덤에 대해 우리가 낯설게 생각하는 것이죠.
이제는 좀 냉정하게 이런 성과와 한계를 잘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음악적인, 또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든, 시장의 측면에서 보든 K-Pop과 한류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고, 지속돼야 할 흐름입니다. 그렇지만 이곳 시장의 상황을 잘 모른 채 ‘찻잔 속’의 작은 성공에 도취돼 있다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