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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원장 "북 비밀접촉 공개, 막가자는 것"

입력 : 2011.06.10 10:13

국정원 창설 50주년 인터뷰.."남북 양쪽에 큰 손실"


중앙정보부 공채1기 출신의 이종찬(李鍾贊.75) 전(前)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공개에 대해 "막가자는 것으로 참으로 딱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10일 국정원 창설 50주년을 맞아 자신이 관장을 맡은 서울 종로구 우당기념관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측의 폭로는 현 정부와는 더 상종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표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초대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취임한 뒤 1999년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개칭한 초대 국정원장 출신이다. 육사를 나와 1965년 현역 장교 신분으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총무국장과 기조실장을 지냈다.

이 전 원장은 "북측의 비밀접촉 폭로로 앞으로 남북 간에 속 얘기를 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이는 남북 양쪽에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창설 50주년을 맞은 국정원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 사찰 얘기가 나오는 등 일말의 의아심이 있다"면서 "국내정치는 개입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보기관은 국내 정치에 함몰될수록 부작용이 나온다"면서 "부작용에도 자꾸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며, 그런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관 수장은 진짜 프로페셔널 한 사람을 시켜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있게 해야한다"면서 정권 교체와 상관없는 임기보장을 강조했다.

중앙정보부 출신으로 1980년 기조실장까지 지낸 그는 "나도 민정당을 거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도와 정권도 창출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미 오염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손으로 자신의 손을 가리키며) 정보기관에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 반세기 국정원의 역할에 대해 인권침해, 정치사찰 등의 잘못도 있지만 잘한 점도 많다며 "정보기관은 자랑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자랑 못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지고, 비밀접촉 등을 통해 통일의 문을 열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등 남북관계에서의 역할 등은 굉장한 공로라고 평가했다. 이를 민족사적 전환을 일으킨 공로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국정원이 나갈 방향에 대해 이 전 원장은 더 깊이 있는 알짜 정보를 캐내기 위한 노력과 국가보위를 위한 정보 정체성 확립, 정보역량 제고를 위한 네트워크 강화 등을 주문했다.

정보 네트워크 강화와 관련해 심지어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와도 대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네이비실을 활용한 빈 라덴 제거 등을 언급하며 이제 정보기관은 정보 수집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공작과 비밀공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이 전 원장은 최근 타개한 광복군 출신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과의 상하이 시절 인연과 김 전 총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제의를 받고 거절한 사연 등도 전했다.

이 전 원장은 또 김 전 총장이 1987년 6.29선언 이후 헌법 개정 과정에서 헌법전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넣을 것을 주문하고 이를 위해 자신이 발로 뛴 사연도 소개했다.

제11, 12,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국정원장, 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부터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독립군 사관학교'였던 신흥무관학교 설립의 주역인 독립운동가이자 조부인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우당기념관 관장과 우당장학회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