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前) 대통령 부부가 6박 7일 동안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29일 오후(현지시각)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한-러 수교를 기념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 등 방문단 16명은 이날 오후 6시 10분 대한항공(KAL) 정기항공편으로 모스크바 셰르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극동연구소와 주러 한국 대사관 관계자 등의 환영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는 한-러 수교의 숨은 주역으로 1990년 3월 김 전 대통령의 2차 모스크바 방문 때 'YS(김영삼)-고르비(고르바초프)' 회동을 주선했던 정재문 전 국회 외무통일위원장과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수행했다.
약 9시간의 긴 비행에도 불구하고 크게 피곤해 보이지 않는 모습의 김 전 대통령은 공항 귀빈실에서 마중나온 극동연구소 알렉산드르 제빈 한국학 센터장과 김영웅 한국담당 선임연구원, 이윤호 주러 한국 대사 등과 약 30분 동안 환담을 나눴다.
제빈 센터장은 "러시아인들은 김 대통령께서 한국의 거물 정치인으로 소련 시절인 1989년과 90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한-러 수교에 큰 역할을 하고, 94년 다시 대통령으로서 공식 방문했을 때는 한-러 공동선언문 채택을 통해 양국 관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잘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1989년) 처음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는 꼭 달나라를 가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이번 방문은 과거 여러 차례의 러시아 방문을 개인적으로 되돌아보고 기념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환담 뒤 김 전 대통령 일행은 곧바로 주러 대사관 관용 차량으로 숙소인 모스크바 시내 롯데 호텔로 이동해 여장을 풀었다.
김 전 대통령은 도착 다음날인 30일 오전 모스크바 시내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있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방러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2007년 타계한 옐친 전 대통령은 1994년 김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그를 자신의 별장으로 불러 환대하고, 옛 소련의 6·25 전쟁 관련 비밀문서를 방러 선물로 넘겨주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후 극동연구소를 방문해 미하일 티타렌코 소장과 면담하고, 연구소 관계자 및 러시아 내 한국학 학자들을 상대로 한-러 관계를 주제로 연설도 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2일까지 모스크바의 명문대학인 국제관계대학(MGIMO)과 대표적 언론사인 이타르타스 통신사 등을 방문하고, 게오르기 쿠나제 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접견하는 한편 현지 한인과 고려인(토착 한인)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는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당초 한-러 수교의 당사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었으나, 고르바초프가 지난달 중순 척추 수술을 받고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2일 오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이튿날 현대 자동차 현지 공장을 시찰하고, 올해로 순국 100주년을 맞은 이범진 초대 주러 한국 공사 기념비를 찾아 참배하는 등의 일정을 보낸 뒤 4일 저녁 귀국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