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8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입니다. 가계 부채의 문제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에 관해선 여러 차례 여기서 다뤘으니 이번에는 카드 빚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액수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증가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계 빚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이미 세금 빼고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 소득)의 1.55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영국 등 다른 빚 많은 나라들은 가계 빚이 줄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약 대외 환경이 안 좋아져 연쇄적인 위기가 닥쳐온다면 이 카드 빚은 위기를 키우는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율은 5.4% 증가에 그쳤지만 서민금융회사의 가계 대출은 16.7%나 늘었는데 특히 카드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카드 빚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화 한 통화면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급한 생활 자금으로 많이 쓰고 있는 것입니다. 덕분에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증가율은 지난해 1년 전보다 32% 이상 늘었습니다. 은행 가계 대출이나 다른 대출보다 6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입니다.
카드대출 추이 (자료:산은경제연구소/단위: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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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
`06 |
`07 |
`08 |
`09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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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출 |
113.2 |
103.4 |
101.8 |
107.9 |
99.4 |
10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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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
(-8.7) |
(-1.5) |
(6.0) |
(-7.9) |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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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서비스 |
105.2 |
91.6 |
85.8 |
88.7 |
81.4 |
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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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
(-12.9) |
(-6.3) |
(3.4) |
(-8.2) |
(-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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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
8.0 |
11.8 |
16.0 |
19.2 |
18.0 |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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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
(47.5) |
(35.6) |
(20.0) |
(-6.3) |
(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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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은행 가계대출 |
305.5 |
346.2 |
363.7 |
388.6 |
409.5 |
4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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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
(5.1) |
(6.8) |
(5.4) |
(5.4) |
그런데 카드론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원금은 갚지도 못한 채 이자만 갚아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잠재적인 부실 폭탄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카드 대란과 달리 연체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과도한 걱정" 이라고 반박하는 쪽도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빚을 많이 지고 있고 원금은 갚을 능력이 없어 근근히 이자만 갚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실제 카드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신용카드사들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지난해 발급된 카드 숫자만 1억 천 659만 장이나 돼 카드 대란 당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은 온갖 선 포인트 제도를 앞세우며 치열한 경쟁에서 일단 가입자 숫자를 늘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광고를 통해 현금처럼 먼저 할인해 준다는 '선 포인트'를 큰 혜택인 것처럼 포장해 내세우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사실 선 포인트는 빚입니다. 만약 50만 원을 선포인트로 할인받고 결제를 했다면 지금 당장은 기분이 좋을 지 몰라도 이걸 갚으려면 카드사별로 다르긴 하지만 신용카드로 최소한 5천만 원 이상은 써야 합니다. 그만큼 못 쓰면 9~15% 정도 되는 이자까지 더 해서 현금으로 돈을 갚아야 합니다. 아무리 카드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카드로 그것도 일부 가맹점은 제외한 상황에서 이만큼 쓰기 쉽지 않습니다.
제2금융권의 빚이 아직 경제규모(GDP)의 3% 수준이어서 그렇게 걱정할 것이 못된다는 말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카드 빚이 GDP의 3.7%였습니다.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국내 소비는 카드 사태 이후 무려 2년 가까이 위축됐습니다.
다행히 그 때는 IT 호황 등으로 수출 여건이 좋아서 버텼는데 현재 우리 상황은 수출이 정점에 오면서 무역의존도가 무려 80%를 넘어서 대외 경제 여건에 흔들리지 않기위해선 수출보다는 내수, 즉 민간소비를 키워야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민간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가계 빚이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는 겁니다.
특히 도무지 해결되지 못하고 다시 불거지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과감한 정책을 택하지 못할 수 있는 미국, 과열과 물가 걱정때문에 긴축 고삐를 조여야 하는 중국과 대지진 여파가 생각보다 더 크게 충격을 주고 있는 일본 등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의 상황이 썩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우리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만약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상황이 지금보다 심각해 지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받을 타격은 다른 나라보다 클 것이고 이런 상황이 되면 카드 빚 등 가계 빚으로 근근히 버티던 서민층이 줄줄이 쓰러지게 되면서 연쇄적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과거 카드 대란 등의 경험 때문인지 낙관적인 쪽보다는 비관적인 쪽이 정부나 학계에 더 많은 것 같다는 겁니다. '경고음' 이 곳곳에서 울려 퍼질 수 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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