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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석유회사 '뭇매'…우리만의 일 아니다

정호선 기자

입력 : 2011.05.11 08:35

미국 EU 러시아 등에서도 담합의혹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정유 4사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정유 4사는 국내에만 기름을 파는 게 아니라 원유를 들여와서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로 정제해 다시 수출해서 수익을 올리는데, 원유를 들여올 때 가격보다 나중에 내다팔 때 국제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서 상당한 차익을 챙긴 것이다.

그런데도 정유 4사는 표정 관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로부터 고유가의 주범이 정유사들의 담합이라는 의혹을 짙게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순이익을 자랑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에 협조한다고 휘발유 공급가를 100원씩 내렸지만 정작 일선 주유소에선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는 양상이니 이래저래 정유사로서는 정부에, 또 일반 소비자들에게 면목이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왜 우리 정부는 수출의 2대 공신인 정유사만 쥐어짜려고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정유사들은 자신들의 영업이익률은 2%대로 낮고,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게 아니라 대부분 수출에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폭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왜 국내 휘발유 가격을 정제 마진까지 다 붙여서 책정된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또 추가 이윤을 붙여서 정하는 관행은 바꾸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유사들이 뭇매를 맞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듯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그런데도 에너지 부족으로 고민스러운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최근 "석유회사들이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의 에너지 담당 부총리가 유가 상승을 석유상품 부족 탓으로 보고를 하자 질타를 하면서 "문제는 석유 부족이 아니라, 이것은 음모다. 그들(석유회사)은 공모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러시아는 석유회사들이 석유 수출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하도록 이끌기 위해 휘발유 수출관세를 44%나 인상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유가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졌는데, 결국 이익을 본 것은 정유업체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듯하다. 우리나라 정유 4사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정유업체의 1분기 순익은 급증했다. 엑손모빌의 경우 1분기 순익이 106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나 늘었고, 옥시텐탈 페트롤리엄은 46%, 로열더치셸은 30%나 순익이 증가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석유업체들의 담합 여부를 조사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담합이라는 단어는 꺼내지 않았지만 일단 석유회사들이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연간 4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혜택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재선을 앞두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고유가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면서 석유업체들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SK에너지, GS칼텍스, S오일, 현대오일뱅크. 이들 정유 4사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면 "수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업체를 이렇게 마녀사냥하는 건 한국 뿐"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주장에도 일부 타당한 것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 고유가로 덕을 보는 게 투기자본과 정유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정유사를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