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 개발" vs "허물자"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최근 사살되기 전까지 은신해온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소재 저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놓고 파키스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격 이슬람 단체들의 성지가 되거나 테러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수 있으므로 관광지로 개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 영내에서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외교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이 은신처 처리방안을 놓고 또다른 격론에 휩싸였다고 7일 보도했다.
미군은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시신을 아라비아해에 수장시켰기 때문에 빈 라덴의 묘지는 앞으로도 조성되기가 어렵다. 알-카에다 추종자들이 마땅히 '성지'로 삼을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빈 라덴이 마지막까지 은신했던 이 저택이 성지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곳이 관광지로 인기를 끌 조짐도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빈 라덴의 사망 이후 하루에도 몇백 명씩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 저택 앞으로 몰려드는 등 지역 명물이 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이 앞에서 가십성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이웃 건물의 옥상 등에서 저택 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한 번은 젊은 나이의 빈 라덴을 꼭 닮은 한 파키스탄인이 이 앞에 나타나 그를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든 적도 있다. 경찰은 이 젊은이에게 이곳을 떠나도록 했다.
이곳 지자체의 모하메드 아즈파르 니사르 조정관은 이 저택이 아보타바드를 상징하는 영구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곳을 관광지로 쓰자고 제안했다.
히틀러가 숨었던 벙커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니사르 조정관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 저택을 보려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이라면서 "사실 이미 관광객들은 몰려들고 있으며, 우리가 이를 박물관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계속 올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을 우선시하는 경찰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경찰의 한 고위간부는 지역 반군 세력이 이곳을 상징적인 회합장소로 쓸 가능성이 있으며 언론인이나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들 때 복수를 위해 테러를 할 수도 있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이 건물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 곳이 박물관이나 성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 집은 사라져야 하며, 빈 라덴은 이미 충분히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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