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군수사령부 황진규 군무관
동영상
진해 출장 명령을 받았습니다.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6급임에도 불구하고 첨단 장비인 하푼미사일의 정비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군 군수사령부 병기탄약창의 황진규 군무관. 황 군무관은 미사일 정비작업 중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아무리 자기 일에 자부심이 큰 사람이라 하더라도, 직업 때문에 생긴 장애가 주는 실망감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장애를 만난 분들은 대부분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는 경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황 군무관은 본인의 원래 직업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일하는 순간순간마다 아픈 상처가 생각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동료들도 같은 동료들인데다가!) 한 쪽의 눈으로 계속 훈련했습니다.
미사일 정비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그 분야에 재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극복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이 다치는 바람에 일하는 분위기가 안 좋아져서 오히려 얼른 복귀해 일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보통 사람보다 한 차원 위에 있는 직업 정신을 느꼈습니다.
장애인에 관련된 취재를 할 때마다 듣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를 너무 장애 극복 스토리로만 다루지 않으면 좋겠어요", 혹은 "너무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게 해주세요" 라는 조언입니다.
그런 말씀을 들으면 늘 그리 하겠다고 대답하지만 사실 어려움이 많습니다. '장애'를 '장애답게' 영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주인공의 스토리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취재한 황진규 군무관은 정반대의 고민을 저에게 주셨습니다. 실제 황 군무관을 처음 만나면 누구도 이 분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영상기자의 입장에서 통속적인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겉모습은 비장애인이고, 업무적으로도 부상 전보다 숙련되어 있는 시각 장애인. 오늘이 있기까지 있었을, 다른 사람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뼈를 깎는 노력을 어떻게 화면으로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하나의 눈으로 거리감과 정밀함을 맞추다보니 안구 근육의 통증과 두통의 아픔도 컸다고 했습니다. 고작 몇시간을 만나 촬영하면서 어찌 황진규 씨의 그 세월을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아픔들을 영상으로 표현할만한 내공이 언젠가 저에게 쌓이기만을 소원할 뿐이죠.
화면으로는 도저히 보여드릴 수 없는 그 분의 노력과 부활에 다시 한번 존경을 올립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황진규 군무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희소성이 있는 방위산업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다보니 사실 다른 곳에서 스카웃 제의도 간간히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황 군무관은 지금 일하는 해군 탄약창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특히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단합과 직업정신이 너무 좋아서 떠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받는 것보다 지금 일하는 곳이 소중하다는 겁니다. 한 사람의 해군 군무관이 본인의 일에서 느끼고 있는 강한 자긍심이 전해졌습니다.
황진규 군무관처럼 노력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 해군이 더 강해지고, 국방의 힘도 커진다고 믿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