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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써니'는 연기 성장의 밑거름"

입력 : 2011.04.24 14:22|수정 : 2011.04.24 14:22

'써니' 주인공 나미 역


영화 '써니'에 주연으로 출연한 심은경은 평범한 고교생이다. "언제쯤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매일 치러지는 퀴즈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학생이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평범과는 거리가 있다. 감정 표현이 격한 역할(영화 '불신지옥')부터 내성적이지만 할 말은 다하는 '써니'의 나미 역까지 다양한 감정과 인물을 소화해 낸다.

미국 고교에 다니는 심은경이 '써니' 개봉(5월4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심은경은 피츠버그에 있는 빈센션 아카데미(Vincention Academy)에 다닌다. 올 1월에 갔으니 미국 체류기간이 이제 채 네 달이 안 된다.

그는 최근 CGV 왕십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부담이 됐지만 지금은 적응된 것 같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서툰 영어 쓰면서 잘 지낸다"며 미국 생활 이야기로 운을 뗐다.

미국행을 결심한 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 지난 2004년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데뷔한 이래로 6년간 쉼 없이 연기했다.

"좀 지쳤어요. 영어를 비롯해 공부도 잘 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나중에 삶을 폭넓게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1학년 여름방학을 마치고 가을학기에 바로 미국으로 가려 했으나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으로부터 '써니'의 출연제의를 받고 유학길을 망설였다.

떨치고 장도에 오르기에는 유혹의 힘이 컸다. "안 하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치밀었다.

"저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조화롭게 잘 섞였다는 점이 끌렸어요. 어려웠지만 유학을 잠시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고심 끝에 결정했지만 역시 일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았다. 우선 캐릭터를 잡기부터 쉽지 않았다. 나미는 겉은 연약해 보이나 속은 단단한 인물. 게다가 서울말과 뒤섞인 전라도 사투리까지 자연스러워야 했다.

"어리바리한 모범생이죠. 착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지닌 소녀예요. 한 캐릭터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쉽지 않았어요. 이한위 선생님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배웠지만 사투리가 가장 부담스러웠어요. 흉내만 내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봐 자꾸 신경쓰였습니다."

강형철 감독은 속사포처럼 빨리 대사를 내뱉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사량이 많고 빠르기에 "숨이 막힐 정도로" 부담이 됐지만 대본연습을 충실히 한 덕택에 실전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영화에 출연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을 물으니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까, 어떻게 하면 '나미스럽게' 할 수 있을까를 무척이나 고민했어요.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고….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러한 과정은 배우로서의 성장에도 밑거름 혹은 플러스가 된 것 같아요."

'과속스캔들'로 뜬 박보영처럼 심은경도 제2의 박보영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들지는 않았을까.

"보영 언니는 연기를 잘했고 출연 전부터 인지도도 있었어요. '써니'는 '과속'과는 많이 다른 영화예요. 여러 인물이 출연하죠. 스타 감독이 만든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에요. 그 역할이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었죠. 그렇지 않았으면 유학을 가버렸겠죠. 학사일정도 있는데…."

그는 배우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배우에서 감독으로 꿈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제대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심은경은 장편 시나리오 한 편을 이미 완성했다. 허우 샤오시엔과 구스 반 산트, 레오 카락스 감독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들이 만든 '연연풍진'(1986) '엘리펀트'(2003)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도 즐겨 본다고 한다.

"연기할 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빛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배우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라도, 영화라는 작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심은 덜 받아도 상관없어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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