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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유혹' ELW시장에 금융당국 수수방관

입력 : 2011.04.21 09:17


검찰 수사로 주식워런트증권(ELW)의 불공정거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정작 제도 개선을 책임지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거북이 행보'다.

소액 투자자도 적은 돈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실종된 채 주문 속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악마의 투기판'으로 변질한 ELW 시장을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지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금융위 미봉책 발표 후 '뒷짐'= ELW시장이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했음에도 금융위가 여유를 부리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지난해 10월 'ELW 건전화 방안'을 내놓은 마당에 더 보탤 것이 많지 않다는 인식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금융위는 ELW 시장에 투자자 진입이 너무 쉽고 성과가 과도하며 전문투자자에 의한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상황 인식은 매우 정확했다.

하지만, 해법은 허점투성이였다.

대책으로 ▲ 투자자의 ELW 교육 이수 의무화 ▲ 거래 미미한 종목 상장 제외 ▲ LP(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에 최종 5거래일 전까지 호가 제출 의무화 등을 제시했지만, 위반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2월 이후 ELW에 처음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1시간 교육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3월 말 현재 교육 이수자는 7천명 미만이다. 일부 투자자는 고의로 교육을 피하는 사례가 많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의 독주 행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증권시장의 감시·감독을 하는 금융감독원이 다양한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ELW 건전화 방안'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애초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책을 함께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감원의 의견은 빠졌다. 두 기관 간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제도 개선은 금융위 소관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은태 금감원 복합금융서비스국장 등이 올해 초 증권학회지에 발표한 'ELW 시장의 가격 행태 분석' 연구 논문을 보면 ELW시장의 왜곡 문제에 대한 금감원의 진단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이 논문은 ELW시장의 가격이 주식옵션에 비해 '매우 높게(평균 24.2%)' 형성되는 가격 왜곡 현상은 내재가치가 작은 종목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이는 LP와 대량거래자인 스캘퍼가 좌우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ELW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감독 당국의 중대한 과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 증권업계 시스템 개선 한목소리 = 증권업계도 금융당국이 ELW 시장 과열 사태에 형식적으로 대처했다며 시스템 차원의 개선을 주문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ELW 시장이 투기화하려는 것을 막으려면 기관의 매매 비중을 높여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런 근본적인 방안은 외면한 채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향만을 단속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ELW 가격이 높아지면 기관이 헤지 목적으로 ELW를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다. 주식거래세를 없애 ELW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홍콩과 독일처럼 ELW 시장에서 기관의 비중이 높아져 시장 투기화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LW 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의 유동성공급자(LP) 평가제도가 대량의 초단기 매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LP 평가제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매수·매도 호가를 가장 촘촘하게 제시해야 하고 호가에 잔량도 많이 쌓아놓고 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만든 시장이 스캘퍼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무리하게 들이는 노력이 결국 스캘퍼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꼴이 된다"며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 증권사 관계자도 "LP 평가제도는 원래 ELW가 과도하게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걸 막고자 도입됐지만, 그러한 투자자 보호 규정이 투자자들로부터 단기 거래를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