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에서 열린 KAIST 긴급 임시이사회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종료된 데 대해 KAIST 구성원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반포 JW 매리어트호텔에서 전체 이사 16명 중 15명(화상회의 참석자 1명 포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에서는 최근의 잇단 자살 사태와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ㆍ영어수업 축소 등 학사운영 개선 방안을 학교 측으로부터 보고받았다.
하지만, 서 총장의 거취 문제는 정식 안건에 오르지 않았고 논의되지도 않았다.
오명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총장 거취를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고 현안 보고만 한 자리였다. 카이스트 발전 방안을 논의한 뒤 그 부분은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이사가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는데 동의했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사마다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고 확인했다.
오 이사장은 징벌적 등록금제 등 학사운영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몇 가지 보고는 받았으나 보고 내용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완성된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오늘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아무런 결론 없이 막을 내리자 KAIST 내부는 '예견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사회를 집중 성토하는 분위기다.
김정회 전 교수협회장(생명과학과 교수)은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가 긴급으로 회의를 소집했고, 결국 별다른 논의 없이 끝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며 "교수와 학생이 서 총장을 갑작스럽게 몰아내기보다는 대안을 찾는다고 나선 상황에서 이사들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구성원들이 자구책을 마련해 보겠다는데 8개월전 서 총장을 연임시켰던 이사들이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나가라고 결론 내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볼 때도 이사회에서는 급격한 조치를 결정하거나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종민 교수협회장(전기및전자공학 전공 교수)은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논의된 사안을 놓고 뭐라고 평가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오늘(15일) 자정까지 혁신위가 꾸려지는데, 회의 석상에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다룰 예정인 만큼 총장의 운신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원생은 "학생에게 정말 중요한 징벌적 등록금 완전 폐지, 영어 강의 개선안 등에 대해서 중요한 결정은 하나도 내리지 않고 논의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추후에 논의하겠다는 것은 또다시 학생들의 뜻을 배제하고 자신들끼리 알아서 결정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성토했다.
대학원생 조현석씨는 "이사회에서 대학원생들 연차초과자 수업료 제도, 기성회비 납부, 처우개선 등의 문제들도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총장 사퇴 등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지만, 최소한 이사회에는 학생들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4학년 학생은 "이사회의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사 대부분이 서 총장이 명예박사 학위를 주거나 임명한 사람인데 학교를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검은 양복에 근조 리본을 단 채 이사회에 참석한 서 총장은 모두 발언에서 "KAIST는 다른 대학과 달리 과학고, 영재고 등을 조기 졸업한 인재가 모인 곳인 만큼 인성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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