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의 '동반 성장'은 정말 허황된 것인가?
정운찬 전 총리, 현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오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목표 이익을 넘어선 것을 하청업체와 공유한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며 대기업 집단 위주로 성토의 목소리가 거셌다.
평소 말이 없는 편인 이건희 회장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정 위원장의 말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왜 '묵사발'이라는 말을 썼는가 하면, 그 당시 언론은 물론 재계, 심지어 정부 부처 사람들까지 '초과이익공유'라는 말만 나오면 경기를 하듯, 좀 더 얘기를 진행하면 '사회주의자'로 낙인찍듯, 그렇게 부산스럽게 호들갑 떨며 개념 없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에 대해서는 정치하려고 네거티브 전략 쓰느냐는 시선이 이어졌다.
심지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어땠나. 동반성장이라는 게 어느 한 부처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지만 기업체와 가장 큰 연관이 있다고 볼 때 최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는 말도 안 된다"며 추가 논의 여지를 짓밟았다. 당시 발언만 보면 그가 지식경제부 장관인지 전경련 홍보 임원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국회에 출석해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대기업 편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태도와는 많이 달랐다.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서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언론매체끼리도 의견이 분분하다. "열심히 번 돈을 무조건적으로 나누라는 발상이 말이 되느냐"부터 "워낙 하청업체들의 희생이 큰 구조에서 대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이기 때문에 반드시 일부라도 환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개인적으로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어감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현 정부의 화두인 '동반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익과 일자리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는 이미 대기업 편향적인 현상이 너무 고착화됐고, 어찌 보면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MB 정부 들어 이른바 친 기업 정책을 펼치면서, 고환율로 수출 기업을 도와주는 정책적 지원 속에 수출 기업들은 뚜렷한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덕분에 재벌 등 대기업의 몸집은 엄청나게 커졌다. 삼성, 현대차 등 재벌기업을 비롯한 20대 대규모 기업 집단의 경우 계열사는 36%, 자산은 55%가 늘어났다. 재벌들은 몸집 불리기의 이유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미래 사업을 준비하려면 하도급 업체를 편입하는 등의 수직계열화나 계열사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를 편입시켜 수직 계열화하거나 주력 사업과 무관한 업종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는 재벌의 고질적인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위 10대 그룹의 경우 계열사는 40.8%, 자산 총액은 55%, 상위 5대 그룹의 경우 계열사는 51%, 자산총액은 59% 늘어나는 등 대기업 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했다.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대 그룹의 37%, 10대 그룹의 27%, 20대 그룹의 22%나 됐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럼 2, 3차 또는 그 이하 협력 업체나 중소업체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 '납품가 후려치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거래선을 유지하기 위해 입을 닫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 사정은 훨씬 더 안 좋다는 의견이 많다. 원자재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지만 납품가에 반영이 되지 않다보니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고, 이런 사정은 먹이사슬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좋지 않다.
시혜적인 개념으로 '동반 성장'을 논의하면 항상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남는 것 나눠주는 식의 접근으로는 진정한 개선책은커녕 일시적으로 캠페인 벌이듯이 손잡고 사진 찍는 형태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정 총리는 이런 사정 때문에 자신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고 항변한 바 있다. 형태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통해 사회 각 계층과 이익집단 사이에서 조율할 수 있도록 일단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다는 얘기다.
대기업 집단은 동반 성장 얘기만 나오면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인데…'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거둔 이익이 협력업체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였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연구개발하고, 중소기업이 더 투자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결국은 자신들에게 그 효과가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는 최근 들어 '공정사회'라는 기치 아래 대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고, 부당 거래에 대해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주축이 불공정한 거래의 발판 위에서 부당한 이익을 거둔 경우라면 보호할 가치는 없다. 그게 대기업 집단이 항상 근거로 내세우는 '시장주의'이자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우리나라 회사 수의 99%,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현실에서, 동반 성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합리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을 찾는데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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