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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할머니·손자 "요구르트로 9일간 버텼어요"

입력 : 2011.03.20 22:53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냉장고에 있던 요구르트를 나눠 마시면서 버텼어요"

할머니 아베 스미(阿部壽美.80.여)씨와 손자 아베 진(阿部任.16)군이 지진 9일 만인 20일 오후 5시께 일본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 가도노와키초(門脇町)의 부서진 주택에서 구출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을 확보한 채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이들이 있었던 곳이 2층 건물 목조주택의 부엌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할머니는 양 발에 냉장고로 추정되는 물건이 걸려 움직일 수 없었다. 구출될 당시에는 모포를 두른 채 옷장 위에 앉은 상태였다. 맨발의 아베 스미씨는 구조된 직후 "발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나중에 이들을 진찰한 의사는 할머니가 집안에 있던 옷을 몇 겹으로 입고, 모포를 두른 덕분에 추위를 이겨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머니를 살린 것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였다. 다행히도 이들의 손이 닿는 범위 안에 냉장고가 있었고, 그 안에는 물과 요구르트가 들어있었다. 빵이나 냉동 다코야키(문어빵), 구운 김의 봉지도 있었다고 한다. 손자는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요구르트 등을 먹여주며 춥고 괴로운 9일간을 버텼다.

구조될 때 손자는 수건을 몇겹 두르고 지붕 위에 올라선 상태였다. 그 안에는 체육복 상.하의와 양말을 신었을 뿐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다.

"도와주세요"라는 소년의 말을 생존자를 수색하던 이시노마키(石卷) 경찰서 경찰관이 들은 것은 20일 오후 4시께. 부서진 건물 더미를 기어올라가 널판지 등을 헤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지붕 위에 앉아있는 소년이 보였다. 아베 진군이 이때 한말도 "안에 할머니가 있어요. 도와주세요"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밖으로 나온 뒤에는 몰려온 소방대원이 준 과자를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도 구조되자마자 "여기 어디입니까. 손자는?"이라고 말하며 손자의 안부부터 물었다.

이들이 구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아베 진군의 아버지 아베 아키라(阿部明.57)씨였다. 아베 아키라씨는 차남이 이송된 이시노마키 적십자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아있다는) 첫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구조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도와준 차남에게는 "잘했다"고 격려해줬다고 설명했다.

아베 아키라씨는 지진 다음날인 12일 오전 9시께 한차례 아베 스미씨의 휴대전화로 통화하는데 성공했고, 당시 차남으로부터 "집이 전부 부서졌지만, 지금 부엌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집이 있던 곳에 가봐도 집은 어디론가 쓸려간 뒤였고, 이후로는 가족들이 집을 찾아 헤맸다고 한다.

아베 아키라씨는 아직까지 행방불명인 이들이 다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우리들만 행복감을 맛볼 수 있게 돼서 죄송하다.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가족들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