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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억 원으로 집 짓기?

안서현 기자

입력 : 2011.03.07 18:25

한 필지에 두 집 짓기


"3억 원으로 집을 짓는다?" 처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 이것저것 따져 생각할수록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요즘 웬만한 서울시내 아파트도 3억 원이란 돈으로 구하기 힘든 형편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두 남자가 있었습니다. 2년 전 취재원과 기자로 만나 술친구가 된 건축가 이현욱 씨와 구본준 기자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을 찾기 위해 경기도 용인으로 향했습니다. 아파트가 둘러싸인 동백지구 신도시 사이로 예쁘장한 단독주택들이 들어선 곳,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두 집이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한 집처럼 보이는 두 집은 한 마당 안에 똑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색깔도 노랑색과 주황색, 연두색이 들어가 알록달록, 형태도 단순하고 독특했습니다. 이런 멋진 집을 3억 원으로 지었다니... 눈으로 직접 보니 더욱 믿기지 않았습니다.

1년 전, 건축가인 이현욱 소장이 구본준 기자한테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구 기자도 일반 사람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를 판다고 해도 빚 빼고 남는 돈이 2억 7천만 원. 이 돈으로 무슨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건지 이 소장의 말은 꿈 같은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이 소장은 '땅콩집'을 제안했습니다. 한 필지를 사서 두 집을 짓고, 마당을 함께 나눠쓰면 집 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또 다른 문제들에 봉착했습니다. 서울과 출퇴근이 가능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환경도 좋아야 하고, 대중교통도 잘 갖춰져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모든 조건들을 고려해 이 소장과 구 기자는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 지역이라 땅 값이 절약돼 3억 원이라는 예산으로 집을 짓는 게 가능했고, 서울과 너무 멀지도 않아 출퇴근도 가능했습니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만에 광화문에 도착할 수 있고, 신도시라 교육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음 문제는 공사 기간이었습니다. 공사 기간이 길수록 비용도 많이 들고, 가족들이 집도 없이 원룸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보통 집을 짓는데 5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 중에는 부부싸움도 잦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소장과 구 기자는 조립식 목조주택을 지어 공사 기간을 23일로 단축했습니다. 공장에서 틀이 만들어져 나오는 '공장형제작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럼 내부는 어떨까?" 3억 원으로 집을 짓는다는 건 이해가 됐어도, 과연 그렇게 지은 집이 얼마나 좋을지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좁은 거 아니야?', '단독주택이니깐 엄청 추운 것 아닐까?',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엄청 비싸겠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고민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본 집 안의 모습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1층과 2층, 3층 다락으로 이어진 3층 집이었는데, 각 층은 16평 규모로 총 48평 크기의 단독주택. 이 소장 집의 난방비는 가장 추웠던 지난해 12월, 16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전기와 수도요금, 보안경비시스템 비용까지 합쳐 한 달 관리비는 31만 원이 나왔습니다. 아파트 관리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든 공간은 3층 다락방이었습니다. 이 소장 집은 3층 다락에 소파와 TV를 두고 거실로 쓰고 있었고, 구 기자 집은 다락을 전부 멋진 서재로 쓰고 있었습니다. 천장은 삼각형 모양으로 정말 만화 영화에 나오는 다락방의 환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다음으로 멋진 공간은 마당. 두 집이 함께 쓰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충분히 뛰어놀 수 있고, 주말마다 이웃들을 초대해 삼겹살 파티가 가능할 정도로 넓찍했습니다.

이 소장과 구 기자가 이들의 경험을 담아 낸 책은 벌써 재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찾아간 주말에도 집을 보려고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올 정도였습니다. 이 소장한테 직접 상담도 받고요. 이 소장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벌써 '함께 살 친구를 구한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의 집에 대한, 특히 단독주택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전세대란도 '땅콩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취재를 해보니 우리가 단독주택에 대해서 막연히 '비싼 집', '노후에 사는 집', '전원주택'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돈이나 여유가 아니라 먼저 이런 선입관을 깨뜨리는 게 아닐까요? 마당에서 깔깔거리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결혼을 하면 아파트보다는 아담한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