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리꾼 남상일을 만나다
국립극장에서 열린 '남상일 100분쇼'를 취재했습니다. 국립창극단 단원인 남상일 씨는 국악계에서는 '아이돌'로 불리는 젊은 소리꾼으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저는 남상일 씨를 2006년 '엄마와 함께 하는 국악 보따리'라는 제목의 어린이 대상 공연에서 처음 봤어요. 당시 남상일 씨는 시원한 소리도 소리지만, 보기 드문 끼와 유쾌한 유머를 보여줬는데요, 공연을 보러 온 꼬마들 뿐 아니라 엄마들까지 단번에 사로잡으면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인터뷰 하다가 그 때 공연 본 얘기를 했더니, 남상일 씨는 '그 공연으로 제가 떴잖아요' 하고 웃더라고요.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좋아했다면서...
이후 국립창극단의 창극에 출연하는 그를 몇 차례 볼 기회가 있었지만, 제가 영국 연수 후에 다른 부서에 가면서 한동안 그를 잊고 있었는데요, 다시 문화부로 돌아와서 국립극장에 오랜만에 가니 '남상일 100분 쇼'라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는 게 눈에 띄더군요. 많이 반가웠고, 제목부터 독특해서 당장 취재하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동안 남상일 씨는 더 유명해졌더라고요. 국립창극단의 '주역'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은 물론이고, 모 방송국의 아침 교양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출연해 재치있는 입담과 유머를 자랑하면서 국악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얼굴을 많이 알렸습니다.
'남상일 100분쇼'는, 국악 공연으로는 제목부터 파격적이죠. 자기 이름을 내걸고 100분 동안 '쇼'를 보여주겠다는 뜻인데, 아마 유명세도 있고, 끼도 출중한 소리꾼 남상일이기 때문에 이런 공연 기획이 가능했을 거예요.
공연 취재하러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노래하고 연주만 하는 공연이 아니라, 남상일 씨가 객석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이끌어가는 공연이었는데, 프로그램도 가요와 민요, 판소리, 창극, 그리고 무속음악까지, 아주 다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남상일 씨는 이 공연에서 '노총각 거시기가'라는, 조금 '거시기한' 제목의 창작 판소리를 선보였는데요, 서울에서 일하는 농촌 출신 총각이 촌스런 외모(('2대 8 가르마에 무스 발라 넘기고, 빨간 '필리' 양말에 '아디도수' 운동화, 찢어진 '리바이사' 청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짝퉁으로 단장하고")와, 웬만한 형용사는 다 '거시기'로 대체하는 촌스런 말투 때문에 여자에게 계속 딱지를 맞지만,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참한 배필을 만나 고향인 농촌으로 귀향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창작 판소리가 최근 젊은 소리꾼들에 의해 많이 만들어졌지만, 꾸준히 공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이 '노총각 거시기가'는 남상일 씨의 구수한 입담과 시원한 소리, 유머러스하면서도 세태를 풍자하는 가사가 어우러져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공연 취재하고 돌아와서 회사에서 기사를 쓰기 위해 촬영 화면을 다시 돌려보다가 내내 혼자 킥킥 웃어서 옆자리 선배한테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남상일 100분쇼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았던지, 지난주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열린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매진을 기록했습니다. '남상일 100분 쇼'는 '스타'를 내세우는 공연이기도 하고, 이 '스타'를 더욱 키우려는 공연이기도 했는데요, 관객들의 호응이 아주 좋았던 것이죠.
김연아 선수 덕분에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듯이, 비인기 분야에서 스타의 존재는 정말 중요한데요, (이건 제가 앵커멘트에 쓴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국악계에서도 '스타'를 내세워 대중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겁니다. 국립극장은 앞으로도 소속 단체 단원 가운데 유명세가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건 무대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스타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음에는 국립 무용단의 대표스타 이정윤 씨의 무대가 마련된다 하니, 많이 기대됩니다.
국악 공연은 '올드'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젊은 소리꾼 남상일 씨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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