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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람의 목숨값은 얼마일까?

정준형 기자

입력 : 2011.02.18 17:42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아니,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일 것입니다. 굳이 돈으로 따진다 하더라도 값을 매길 수 없는 만큼 소중한게 사람의 생명 아니겠습니까? 또 사람에 따라, 지위에 따라 목숨의 가치가 달라서도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떻습니까? 사람의 목숨값이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계량화 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들어온 외신들 가운데 이와 관련된 소식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 규제기관들이 부시 정부 때보다 생명의 가치를 높게 환산하면서 업계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입니다만, 과거 부시 행정부 당시에는 미국 교통부가 인간 생명의 가치를 350만 달러(우리돈 39억 원)로 평가했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간 생명의 가치를 610만 달러(68억 원)으로 높여서 평가했다고 합니다.

인간 생명의 가치가 높아졌는데, 무엇이 문제냐? 보도를 보면 이렇습니다. 예로, 미 교통부가 자동차 관련 각종 규제 정책들을 검토할 때, 새 규제 정책으로 구할 수 있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을 검토한 다음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인간 생명의 가치가 더 낮았던 과거 정부 때는 업계가 부담해야할 경제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훨씬 컸기 때문에 규제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오바마 정부들어 인간 생명의 가치가 크게 올라가면서 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게 됐고, 이 때문에 자동차 관련 규제가 훨씬 강화됐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같은 논리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고, 이 때문에 관련 업계와 경제단체들이 인간 생명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경제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없이 외신을 읽었는데, 자꾸 읽다보니 씁쓸해지더군요. 기사를 보니, 미국의 정부 기관마다 평가하는 생명의 가치가 다르더군요.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난해 인간 생명의 가치를 910만 달러(100억 원)로 설정했습니다. 또 식품의약청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790만 달러(88억 원)로 계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만, 우리나라 정부가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자료는 없더군요. 한 교통사고 전문변호사가 과거에 올렸던 칼럼을 봤더니,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했을 때 세가지를 합해서 보상액을 정한다고 합니다.

1) 사망자가 돈을 못벌게 된 손해
2) 장례비
3)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여기서 1)번항은 사람마다 다를테니까 제외하고, 2)장례비와 3) 위자료로만 봤을 때, 예로 60세가 넘은 무직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보험약관에 따르면 장례비 3백만 원과 위자료 4천만 원을 합해서 4천3백만 원을 받게된다고 합니다.

다만, 법원에 소송을 걸면 장례비 5백만 원과 위자료 8천만 원을 합해서 8,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장례비를 빼면 사람 목숨값이 많아야 8천만 원이라는 소리입니다.

이 변호사는 칼럼에서 일본의 교통사고 보상액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목숨 값이 일본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며, 하루빨리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더군요. 이 변호사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했습니다만, 오늘 나온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국과는 비교 자체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과연 "내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면 얼마나 될까?"하는 상상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누군가 내 목숨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불쾌해지지 않습니까! 아니 상상하시기도 싫으실 겁니다.

뉴욕타임스에 이런 내용도 나와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국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생명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며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돈으로 평가한 생명의 가치를 지금보다 대폭 낮추는 쪽으로 법 규정을 바꿔달라고 로비를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목숨값을 올리니까, 기업들이 반발한다? 어제 취재파일에 '스티브 잡스'와 관련한 글을 올렸습니다만,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한 외신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