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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가 온종일 종로를 맴도는 까닭은?

입력 : 2011.02.15 08:10|수정 : 2011.02.15 08:25

하루 1천500대 찾는데 주차장 고작 80개면


주말인 지난 11일 오전 서울 인사동 인근 탑골공원 도로.

대형버스 6대로 가득 찬 주차구역 맞은 편에 소형 관광버스 9대와 대형버스 3대가 시동을 건 채 줄지어 서 있었다.

관광버스 운전자 윤모(68)씨는 "지금이 관광 비수기인데다 최근 구제역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서 그나마 차 세울 공간이 있지 얼마 전까지는 자리가 없어서 빈차를 몰고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고 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 동화면세점 왼편 도로에도 손님을 기다리는 관광버스 3대가 역시 시동을 켠 채 공회전 중이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등 문화유산이 집중된 '서울의 심장' 종로가 관광버스 불법 주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종로 전역 대형차 주차장 고작 80개면" = 종로구가 작년 4월 하루를 정해 조사한 교통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종로를 방문하는 관광버스는 하루 1490여대에 달하지만, 대형차량 주차장은 80개면에 불과했다.

낮시간에 차가 한꺼번에 몰린다고 가정하면 560대는 정상적으로 주차하지만 나머지 934대는 불법 주차를 하는 셈이다.

불법 주차가 가장 심각한 곳은 경복궁이다. 대형차량 4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을 하루 380대가 이용했지만, 주차장이 모자라 사직단 주변 등지에 불법 주차한 차량이 561대나 됐다.

인사동에도 주차장이 4개면 밖에 없어 하루 동안 버스 183대가 인근 길가에 아무렇게나 차를 댔다.

주차 시설이 전혀 없는 청계천ㆍ동화면세점, 창경궁에도 하루 동안 각각 76대, 50대의 관광버스가 불법 주차를 했다.

청와대 근처 주차장 11개면은 하루에 버스 70대를 수용했지만 33대는 불법 주차를 했고, 주차장에 7대를 세울 수 있는 종묘 인근도 하루 27대가 무단 주차했다.

◇ 매연ㆍ교통정체에 막힌 시야까지 = 외국인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단골 관광코스' 밀집지역에 이처럼 주차공간이 부족함에 따라 서울 도심이 교통체증과 매연에 시달리고 있다.

해마다 4∼6월, 9∼10월 '관광 성수기'가 되면 종로 일대 도로는 주행속도가 시속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특히 한옥마을의 진입로인 삼청동길은 불법 주차로 홍역을 치른다.

구 관계자는 "하루에 관광버스 수백대가 오는데 주차할 곳은 없고 '주정차 과태료'를 물지 않으려고 매연을 내뿜으며 빙글빙글 도시를 배회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복궁 주변 도로에는 교통경찰이 고정 배치돼 불법 주차를 관리하지만, 주차장이 부족한 실태를 알기에 무작정 단속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관광버스 차벽'에 궁궐의 담 풍경이 가려 시야가 가로막힌다거나, 주차할 곳이 없어 차를 세우지 못하고 '수박겉핥기식 관광'을 유도하는 부작용도 있다.

버스기사 김영묵(56)씨는 "광화문 인근 광장, 청계천은 외국인이 유난히 구경하고 싶어하는 곳인데 차창 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그치고 만다"고 말했다.

◇대규모 부지 확보 '난관' = 종로구는 2008년 초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에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 특별계획구역, 광화문 열린시민마당 부지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건설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하지만 기무사령부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서기로 결정됐고, 광화문 열린시민마당 부지는 행정안전부가 소유한 땅을 확보할 수 없어 사업이 보류됐다.

구는 또 청운동 경기상고 운동장 지하에 관광버스 46면, 일반차량 65면의 주차장을 건설하려 했지만 주민의 반대 민원으로 사업이 정체 상태다.

관광버스 주차장은 주차면과 차로를 포함해 1개 면을 건설하는 데도 약 132㎡의 공간이 필요해 도심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구측의 설명이다.

구는 "관광버스 주차장은 1대당 40평이 필요하고 20대면 8천평이 있어야 한다. 그런 대규모 땅을 매입할 만한 유효 부지가 도심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접근성과 규모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숙소 터가 최적의 대안이라는 의견이 최근 거론되기도 했다.

3만6천여㎡의 넓은 공간에다 인사동, 안국동에서 이어지는 진입로가 있어 교통 문제를 해결할 최적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호텔을 짓는 등 '전통문화 관광타운'으로 개발하려고 계획 중인 사유지라 현실적으로 매입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주차장을 짓기에 적합한 땅은 기업이 소유한 사유지이고, 사업이 추진됐던 다른 국유지는 미술관 건립, 주민 반대 등으로 주차장 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