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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국을 기억하는 외국인 화가.
우리의 옛날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그림을 들여다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조선말과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 후의 모습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담은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많다. (물론 그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일본인이고 조선을 지배하려는 욕심의 일환으로 기록한 자료라는 편견을 강하게 가지게 된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외국인은 일본인이 아니다.) 머나먼 나라에서 온 '코쟁이' 외국인. 여행을 가야 카메라를 꺼내들 듯이 그들도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을 것이다. 반면에 우리 할아버지들은 나라가 무너지고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 자신의 모습을 차분하게 보며 기록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우리 옛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던 외국인 화가들도 처음부처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온 작가들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동양의 신비라고 여기며 동경하던 나라는 일본이나 중국이었다. 자포니즘이나 중국풍의 그림이 동양을 다녀온 화가들에 의해서 유행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알려진 아시아. 하지만 그 안에 한국은 없었다.
이번에 롯데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외국인 화가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키스, 폴 자클레, 릴리안 메이 밀러, 윌리 세일러라는 네 명의 작가는 모두 일본을 먼저 배운 사람들이다. 일본 목판화를 정식으로 배우기도 했던 이들은 마침 기회가 되었기에 한국을 여행했을 뿐이다. 그들의 편견으로는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부터 찾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옛 한국의 풍경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 인상은 그림이 되었다. 비록 일본 목판화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도 많지만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담고 싶은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려운 시대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서민들의 모습에 잘 드러나 있다.
드레스덴 출신의 독일화가 윌리 세일러는 동판화로 한국을 그렸다. 어렸을 때 철판에 못으로 낙서를 해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세밀한 선을 긋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것이다. 동판도 마찬가지여서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윌리 세일러가 당시 인물의 주름이나 손, 눈매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동판화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억척스럽던 여인네와 삶의 한 자락을 놓지 않으려는 서민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영국 출신의 작가인데 일본에 살면서 그들의 전통 목판화를 정식으로 배우기도 했다, 그녀가 한국을 3개월 정도 여행하면서 기록한 그림에는 일본과 다른 한국의 모습이 담겨 있다. '결혼식 하객(1919)'이란 그림에서는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여자가 그려져 있다. 항상 무릎꿇고 앉아 있는 일본 여인들만 보던 작가는 당당한 한국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림 속의 여인은 결혼식의 손님으로 온 여인이 사랑방에서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또 설날 광화문 앞을 그린 '정월초하루 나들이(1921)'에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설빔을 입고 놀러 나온 가족들에게 암울한 상황은 느껴지지 않는다. 서민들에게 삶이란 계속 흘러가야 하는 풍경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지금과 다른 광화문 앞의 해태상이 눈에 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속에서는 지금은 볼 수 없는 평양의 동대문과 그 주변의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외국 화가들에게 인상 깊었던 모습 중에는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들이 있다. 당시 부인들은 사내아이를 낳으면 가슴을 드러내 놓음으로써 자랑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여자로서의 할 일을 다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일본인에 의해 기록된 옛 한국은 왠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좋지 않은 의도가 곳곳에 숨어 있음을 발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양인의 시선은 새삼스럽다. 비록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지만 그 당시 상황을 보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 그렇게 마주하게 된 한국 안에서 발견한 매력들은 우리 스스로 잘 몰랐던 모습이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 그들의 시선에서는 새로울 수 있었고 그 인상이 지금 우리에게 깊게 다가올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모습과 전혀 다른 '한국'을 자신의 나라에 알렸을 네 명의 서양화가. 세심한 관찰이 직업인 화가의 인상 속에 옛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살아있다.
약간 통통하게 표현된 '한국의 미인'이란 그림에서는 당시 이상형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혼란하고 삶이 어려울수록 가녀린 여인보다 '복스럽게' 생겨야 하지 않았을까. 결혼행렬을 그린 그림에서는 액운을 쫓는다는 호랑이 가죽이 신부 가마 위에 놓여 있는 모습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협조 - 롯데갤러리 청량리점
'외국인이 그린 옛 한국풍경'전 (2011.1.28~2.21)
인 터 뷰 - 큐레이터 조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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