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덕에 예년 일부 학생들이 보였던 알몸 뒤풀이나 계란, 밀가루 뒤집어씌우기 등 졸업식 일탈행동은 없었지만, 통제와 강압으로 일관하는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방감을 만끽하는 축제로 졸업식 뒤풀이를 즐기는 것인데,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대신 졸업이란 소중한 추억을 경찰의 감시 속에 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10일 졸업식을 치르고 나온 마장중 졸업생 원모(16)양은 "나는 교복을 간직하고 싶어서 기증하지 않았지만, 친구는 경찰을 보더니 '집에 가서 혼자라도 교복을 찢겠다'고 했다"며 "뭔가 졸업식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데 다르게 행동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원양은 "아빠 세대도 졸업식에서 계란이나 밀가루를 던지면서 뒤풀이 하던 추억은 다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던 것 뿐"이라며 "선배들의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하고 인터넷에 올리는 건데 그런 것만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대부중 졸업생 김모(16)양은 "즐거운 날에 (경찰이) 교문 앞에 떡하니 옷 입고 서 있고 계속 왔다갔다하니까 불편하긴 하다"고 말했다.
김 양은 "밀가루 뿌리는 정도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생일에 얼굴에 케이크 묻히는 걸 보고 뭐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오산고 졸업생 우모(19)군은 "원래는 시끌벅적한 학교인데 학교측이 졸업식에서 행동에 주의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 아주 조용했다"며 "특별한 이벤트가 없고 너무 조용하기만 한 게 아쉽다. 일부의 행동 때문에 전체 학생들의 추억이 없어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단속이 쓸모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각산중 졸업생 김모(16)군은 "경찰이 교문 앞에 나와 단속하는 것은 예방 효과도 없는 겉치레에 불과하다"며 "교복 찢고 밀가루 뿌리는 건 경찰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기 때문에 경찰이 학교에 와봤자 하는 애들은 알아서 다한다"고 말했다.
김군은 "밀가루 뿌리는 건 친구들 생일 때도 하는 일이고 졸업식 때나 하지 언제 해보겠느냐며 졸업식 분위기 내는 일인데 굳이 경찰까지 나서서 심하게 단속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림중에서 졸업식을 마친 김모(16)군도 "경찰은 어른들이라서 우리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사실 잘 모른다"며 "겉으로만 이렇게 해 놓고서는 성공적으로 졸업식 마쳤다고 좋아하는 것은 조금 어리석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화외고 졸업생 정모(19)양은 "여고 졸업식은 보통 차분하고 조용하게 끝나는 편이다. 졸업식에 경찰관이나 순찰요원이 있어도 상관없지만 불필요한 행정이나 인력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