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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이집트 취재, 수난의 연속

이민주 기자

입력 : 2011.02.07 10:30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이집트 정부의 노골적인 언론 탄압이 계속되면서 요즘은 하루하루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이집트는 이번 일 터지기 전에도 사전에 경찰의 허가를 얻어야 촬영이나 인터뷰가 가능할 만큼 심한 언론 통제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평상시에도 그랬던 나라이니 이렇게 큰 일이 터졌을 때 어떻게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들지는 사실 짐작 못할 바도 아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위 초기 야당 성향의 일간지 기자를 저격수를 동원해 총격을 가하더니 지난 3일에는 사복 경찰이나 깡패로 보이는 자들을 동원해 수십 명의 외신기자들을 닥치는 대로 구타하거나 연행해 갔습니다. 분쟁지역 취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CNN의 앵커 앤더슨 쿠퍼도 폭행을 당했습니다. 쿠퍼는 폭행을 당한 뒤 길거리 취재를 포기하고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방송을 하다 이집트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SBS 취재팀도 화면 송출을 위해 타흐리르 광장 근처 외신기자들이 많이 모인 건물에 머물고 있었는데, 천행으로 현지인에게 바깥 사정을 전해듣고 뒷문으로 빠져 나와 가까스로 봉변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멋모르고 정문으로 건물을 나선 몇몇 외국 기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들에게 곤죽이 되도록 맞거나 어디론가 끌려갔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늘 행운이 따르는 것은 아니어서 앞서 하루 전에는 저와 함께 일하는 이집트인 카메라맨이 친정부 시위대에게 붙잡혀 다리가 피투성이가 되는 상처를 입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다른 언론사의 취재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연합뉴스 특파원을 비롯해 취재팀들이 폭행을 당하거나 억류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외신기자들의 수난이 이어지자 각국 정부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이집트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들에 대한 체포, 구금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고 취재 활동에 대한 제약도 여전합니다.

어제(6일)만 해도 타흐리르 광장에서 취재 중이던 알 자지라 방송의 기자가 이집트 군에게 체포됐다 9시간 만에 풀려났고, 저희 팀도 시내 촬영 중 군의 제지에 직면해 촬영 화면을 삭제당하고 카메라 기자는 모처로 연행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체제 붕괴 상황을 맞아 어떻게든 위기를 넘겨보려는 이집트 집권층의 다급함을 짐작 못할 바 아니지만, 언론에 대한 억압으로 도도한 민주화의 흐름을 막아 보려는 시도는 30년 독재의 마지막 발악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