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엘바라데이, 미국 바람대로 움직일까

입력 : 2011.02.01 16:27

미, 시위 시작 후 엿새 동안 직접 접촉 못해
무슬림 형제단 주도의 '제2의 이란' 가능성에도 이견


이집트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반정부 세력의 양대 축으로 부상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8)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무슬림 형제단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했던 무바라크 정권 몰락에 이은 반미 이슬람 세력 집권 가능성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엘바라데이 역시 어떤 대미 입장을 취할지 장담할 수 없어 미국이 그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일단 엘바라데이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모두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공통점 외에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선정 당시 엘바라데이는 "오바마보다 더 이 상에 합당한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고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라크전에 반대한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9월 엘바라데이와 유엔에서 직접 만났고, 3번이나 통화했다.

하지만 이번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그는 미국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엘바라데이는 지난 30일 CBS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 "미 정부는 이집트인들에게 30년 독재자가 민주화를 이행할 것이라는 말을 믿으라고 해서는 안된다"며 무바라크 퇴진 촉구를 거부한 미국의 태도를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무슬림형제단이 반정부 투쟁에서 엘바라데이에게 힘을 보태기로 결정, 엘바라데이가 협상 대표자격을 갖게 됨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그의 생각을 파악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미국은 당장 가자지구 봉쇄 역할 등 이스라엘 및 중동 안정자 역할에 대한 엘바라데이의 시각을 파악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지난 6월 한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봉쇄를 "모든 아랍인과 이집트인, 전 인류의 이마에 새겨진 수치스런 낙인"이라고 혹평하면서 이집트 정부와 이스라엘에 봉쇄를 풀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이스라엘의 2007년 시리아 원자로 폭격과 관련, 엘바라데이는 지난 2009년 에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공개 비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정책자문관을 맡았던 필립 젤리코는 엘바라데이가 부시 행정부와 빚었던 갈등이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부시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역임한 존 볼턴도 "엘바라데이는 친이란 성향의 호사가"라고 평가절하했다.

상황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시위가 시작 후 엿새 동안 엘바라데이와 직접 접촉하지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시인했다.

최근 공개된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외교관들은 지난해 2월 엘바라데이 귀국 당시 그가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으나 '대통령 자리를 은쟁반에 담아 자신에게 바치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현지의 비판이 있다고 본국 정부에 보고했다.

한편 서방과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이 시위대를 주도, 득세한 후 권력을 독점해 '제2의 이란'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이집트 내부의 시각은 다르다고 CNN 인터넷판이 1일 전했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 엘리 아비다르는 "무슬림 형제단이 민주 선거로 세력을 잡는 순간 권력에서 다시는 떠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집트 내 전문가들은 이집트는 이란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집트 내 정세 분석가인 무스타파 아부림말은 "무슬림 형제단이 배후에서 시위대를 조직한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거리 시위대의 소수파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아부림말은 이집트인들이 무슬림 형제단이 권력을 잡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군이 가로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엘바라데이는 "무슬림 형제단은 이란 모델이나 극단주의와는 무관한, 종교적 보수주의 집단"이라며 기꺼이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