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 제5회에서 강마에(김명민)가 교통 신호를 하고 있는 강건우(장근석)에게 지휘를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때 강건우는 이렇게 대답한다.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꿈으로 그냥 놔둘 겁니다." 이러한 강건우에게 강마에는 한바탕 쏘아붙인다.
"그게 어떻게 니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계 별나라 이야기하제?...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아 먹혔구나. 평생 살면서 니 머리나 쥐어 뜯어봐. 죽기 직전이나 돼서야, 지휘, 단발마의 비명 정도 지르고 죽던지 말던지"
꿈이라는 것은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꿈을 꾼다.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누군가는 시도를 하고, 누군가는 꿈만 꾼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출한 긴 머리 소녀
영화 '라푼젤(Tangled)'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가출을 시도하는 긴 머리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18년 동안 탑 속에 갇혀 거짓된 현실에서 살아가던 라푼젤. 그녀의 꿈은 무료하고 답답한 현실에서의 탈출이었고 자유였다. 그러나 그의 꿈을 가로막는 것은 그녀가 어머니라고 믿고 있던 고텔이라는 존재였다.
라푼젤은 고텔의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텔이 예전에 가꾸던 마법의 꽃(질병을 치유하고 사람을 젊어지게 하는 꽃)을 먹은 왕비가 낳은 딸이었다. 마법의 꽃의 능력으로 젊음을 유지하던 고텔은 라푼젤의 머리털이 그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라푼젤을 납치하여 18년 동안 탑에 가두었고, 라푼젤의 머리털이 가진 능력으로 인하여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텔은 탑의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하는 말과 고텔의 말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고텔의 말과 부모들의 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고텔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자식인 라푼젤을 속박하지만, 다른 부모들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텔에게 있어서 그녀(라푼젤)의 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꿈(영원히 늙지 않는 것)만이 관심사였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라푼젤을 탑에 가둬놓아야 했다. 고텔은 라푼젤의 꿈을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라푼젤의 부모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던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라푼젤은 고텔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바깥 세상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현실에 머물러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바깥 세상을 접하고 싶었던 라푼젤은 자신의 꿈을 영원히 묻어두고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왕궁에서 티아라를 훔친 도둑 라이더가 그를 쫓는 맥시머스를 피해 탑에 올라온 것이다. 라푼젤은 자신의 생일에 바깥 세상에서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면 티아라를 돌려주겠다고 후라이팬으로 라이더를 협박한다. 라이더는 그것은 별이 아니라 잃어버린 공주를 위해 왕과 왕비가 매년 생일마다 띄우는 등이라고 알려주며 티아라를 되찾기 위해서 그의 가이드가 되기로 한다.
처음 바깥 세상에 발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유를 접한 기쁨과 동시에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했다는 불안감으로 혼란스러워한다. 그러한 그녀에게 라이더는 가출을 부추긴다.
"다들 한 번 쯤은 꿈을 가져보지 않았어요?"
가출은 성장통은 아니지만, 라푼젤의 경우에서는 의미있는 출발이 된다. 라푼젤과 라이더는 함께 길을 가다가 음식점을 발견하고 들어선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불량스럽게 생긴 친구들은 라이더가 현상수배자인 것을 알고서 그를 잡아 넘기려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라푼젤은 그들에게 부탁한다. 자신에게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라이더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꿈에 대한 라푼젤의 이야기를 들은 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도 각자의 꿈이 있다고 노래한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그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소박한 꿈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한다.
나의 꿈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꿈도 소중하다!
사람은 각자의 형편과 처지에서 꿈을 꾼다. 그 꿈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한다. 때로는 도중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며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꾸었던 꿈보다 더 높은 꿈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고 있던 새로운 꿈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라푼젤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바깥 세상에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싶다는 그의 꿈의 첫 단계는 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탑에서 나가는 것은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용감한 도전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꿈을 짓밟고 오로지 자신의 꿈만을 이루려고 했던 고텔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원래 처음에 자신의 것이었던 마법의 꽃을 빼앗긴 것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그 마법의 능력을 혼자서만 독차지하려는 그의 꿈이 비참한 결말을 가져온 것이다.
이 작품은 아주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꿈은 함께 꾸어야 하고, 서로 도우면서 이루어 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의 꿈을 짓밟거나 억압해서는 안된다.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선과 악의 구조적인 대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 흥미와 노래를 가미하여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인배 SBS U포터 https://ublog.sbs.co.kr/apache630(※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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