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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하 압박+ 중동 변수', 정유업계 '이중고'

입력 : 2011.01.31 14:23|수정 : 2011.04.06 11:22

정세불안으로 원유값 올라도 제품가에 반영 어려워


정부와 소비자에게서 기름값 인하 압박을 받는 정유업계가 중동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샌드위치' 신세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묘한 기름값'의 오명을 씻으려고 기름값 인하 시점만을 재고 있던 정유사들이 이집트, 튀니지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유가 인상으로 불똥이 튈 조짐이 보이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국제 유가에 어느 정도, 언제까지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지만 정유업계로서는 악재임엔 분명하다"며 "과거의 예를 봤을 때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수급상황에 관계없이 국제 유가는 올랐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이 인상분을 국내 유가에 반영해야 하는 게 정유업의 운영 원리인데 최근 국내 비판여론을 고려하면 이를 그대로 반영할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속병을 앓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가 이집트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양이 거의 없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물량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원유나 석유제품 자체가 투자상품이어서 중동의 불안한 지정학적 요인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28일 거래기준으로 뉴욕 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3.70달러(4.32%) 급등해 89.34달러에,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 선물은 2.03달러(2.08%)나 높은 99.42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은 2008년 9월 이후 2년4개월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유가와 직접 관련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중동의 소요사태 이후 배럴당 93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정유업계는 31일 두바이유 현물 거래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바이유가 WTI나 브렌트유 선물가격과는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이들 유가에 중동 변수가 28일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 만큼 두바이유가 31일 거래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향후 가격추이에 분기점이 될 수 있어서다.

중동 사태로 국내 정유사의 가격 인하에 대한 결심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 인하를 놓고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국제 유가가 추가 상승하면 가격 인하는 더 어려워 진다"고 말했다.

정유사는 그간 가격 인하 방침을 세웠으면서도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내리는 시점을 기다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초고유가때 유류세를 내렸지만 기름값이 더 오르는 바람에 인하효과가 바로 상쇄됐었다"며 "지금 정유사가 공급가를 내려봐야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비난은 더 받게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