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퇴진은 '재앙'…외교적 고립과 안보 환경에 심한 타격
이스라엘이 이집트 사태가 악화하면서 충격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당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도 불구,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사태가 갈수록 격화하고 비관론이 팽배해지면서 점차 다가올 '재앙'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9일 모사드와 신베트 등 이스라엘 정보 관련 부처는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주재로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현 이집트 사태에 대한 의견 교환과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이집트 사태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중ㆍ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은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이스라엘에 미칠 파장은 크게 역내 외교적 고립과 안보지형 변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만약 이집트에 이스라엘에 비우호적인 새 정권이 들어서면 이스라엘은 역내 가장 중요한 아랍 동맹국을 잃게 되며 남은 아랍 우호국은 요르단, 모로코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정도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이집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공백을 채우기도 어렵다.
압달라 요르단 국왕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동을 거부해왔으며 마무드 압바스 PA 수반은 평화 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공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이집트 시민혁명이 성공할 경우 지난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은 요르단에서 유사한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대이스라엘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또 다른 역내 동맹국이었던 터키는 작년 가자 지구 구호선 습격 사건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의 역내 외교적 고립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안보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엄청한 부담을 안겨준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사실 이스라엘-이집트 양국간의 군사 교류가 활발하거나 민간 차원의 교역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무바라크 통치 시절 이스라엘에게 이집트는 역내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였다.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로 권좌에 오른 무바라크는 므나헴 베긴 총리를 시작으로 무려 8명의 이스라엘 총리와 우호관계를 유지했으며 이츠하크 라빈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통치와 가자 철수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집트와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왔으며, 이스라엘 해군 잠수함과 군함은 이란의 영향력을 감시하기 위해 수에즈 운하를 자유롭게 통행한 것은 물론 수단에서 가자 지구로의 무기 밀반입도 감시할 수 있었다.
특히 이집트가 이스라엘 남부 전선에 제공한 안보 덕택에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시리아를 견제하기 위해 북부 전선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었고 이집트와의 평화 협정 덕택에 이스라엘은 1985년 이후로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 이스라엘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이스라엘의 안보 지형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안보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주요 도시로 번지면서 이집트군이 시나이 반도 샤름 엘-셰이크로 진입한 것은 지난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합의한 평화 협정 사항을 위반인 셈이다.
무바라크 이후의 새 정부가 이처럼 시나이 반도에 이집트군을 재배치하겠다고 주장할 경우 이스라엘은 이집트군과의 원치 않는 무력충돌을 고려해 새로운 안보 전략을 짜야한다.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매년 약 15억 달러의 원조를 받으며 중동에서 가장 발전되고 서구화된 군을 보유하고 있는데 약 50만명의 병력과 F-15 전투기 100여대를 포함한 500대의 전투기, 최신예 M-60 탱크를 포함한 3천대의 탱크 등 막강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새 이집트 정부가 무바라크와 달리 가자 지구를 차지하고 있는 하마스와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면 이스라엘 남부 전선의 긴장 고조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새로 다가올 역내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고민도 깊어만 가고 있다.
(예루살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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