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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악몽은 여전…설이 서러운 사람들

김흥수 기자

입력 : 2011.01.30 17:38|수정 : 2011.01.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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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입니다. 설은 고향입니다.아련한 유년의 추억, 따뜻한 부모님들의 품, 친구를 만나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설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혹한에, 구제역에 마음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고향 잃은 연평도 사람들에겐 더욱 싸늘한 설입니다.

김흥수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연평도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단지, 정부가 두 달간 제공한 임시 거주지입니다.

주민 150여 명만 연평도로 돌아갔을 뿐, 아직도 850명, 주민의 80% 이상이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포격 두 달이 지났지만 그날의 악몽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이규남/연평도 주민 : 저녁에 자다가 꿈을 꾸면 막 그 포탄 떨어지는걸 보고 그렇게 했으니까 이런(포탄 떨어지는) 것만 생각나는 거예요. 이게 살겠느냐고요.]

생활도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임시 거주지여서 세간살이가 없는데다, 방 세개짜리 한채에 보통 서너가구씩, 10명 이상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코 앞으로 다가온 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고정녀/연평도 주민 : 여럿이 사는데 저 집도 자식 있고, 저 집도 자식 있는데 (우리 아이들을 오라고 할 순 없죠. (이번 명절은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셔야겠네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차례상 차릴 엄두조차 나질 않습니다.

[이규남/연평도 주민 : 정말 조상님들한테 진짜 너무너무 죄송하고 정말 진짜 어떻게 할 수가 없고.]

80 평생 처음으로 객지에서 맞는 명절,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황소재(83세)/연평도 주민 : 내 고향에 가서 설을 쇠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주택보수가 이뤄지고 있는 연평도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보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이번 설 연휴가 어느 해보다 길게만 느껴집니다.

연평도 포격사건만 생각하면 괜시리 미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합동 차례를 지내고 명절 음식도 함께하지만, 새터민들의 맘은 편치 않습니다.

[마순희/새터민 : 북한 정부가 왜 저러지 하는 생각도 하고. 본의 아니게 내 잘못은 아니지만 눈치도 보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3백만 마리에 이르는 가축 살처분.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에 축산농가들의 후유증은 심각합니다.

이달 초  한우 150마리를 땅에 묻은 경기도 김포의 박태순 씨, 텅 빈 축사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박태순/한우 150마리 살처분 : 살처분하려고 소를 우사 가까운 장소로 이동을 시키는데 순순히 따라가는데 그때 정말 눈물 많이 나더라고요.]

농장옆 매몰지를 설명하려다 발걸음을 돌리고 맙니다.

[박태순/한우 150마리 살처분 : 가지말죠. 영 아닌데. 이쪽은… (마음이 안좋으시죠?) 네.]

장손으로 차례를 챙겨야하지만 올해는 가족들의 이해를 구했습니다.

[박태순/한우 150마리 살처분 : (방역문제 때문에) 가족들 전부 다 여기 못 오게 하고 저희 부부가 설을 보내겠지만 차례를 지내면서 우리 소들한테도 잘 가라고 기도할 겁니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 쪽방촌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습니다.

10년째 쪽방 생활을 하고 있는 김정숙 할머니, 명절 때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김정숙(80세)/쪽방촌 주민 : 손녀딸네 아들이야. 얘가 첫아들, 둘째는 더 잘 생겼어. 진짜 잘 생겼어.]

모두 다 사는게 넉넉치 않다보니 찾아가볼 맘도 쉽게 먹지 못합니다.

[(설 때 보러 안가세요?) 안 갈래. 안 가지더라고, 몰라.]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이웃들의 온정에 얼었던 마음을 풀어봅니다.

[왜 나만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곡절 많았던 지난 나날을 뒤로 하고 설 명절을 맞았지만 이들에게 드리워진 삶의 그림자는 더욱 어두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