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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과시욕에 목숨 건 '광란의 레이스'

입력 : 2011.01.24 12:08

튜닝으로 성능 높여 급가속 질주하며 쾌감…"방해된다" 안전장치 제거, 중상 후에도 레이싱 '중독'


단시간에 시속 200㎞ 이상의 속도를 내거나 굽은 길에서 과격하게 차를 모는 각종 레이스에 자동차광들이 몰려든 것은 질주의 쾌감과 차량 과시욕 때문이었다.

부품을 손봐 차량 성능을 높이는 이른바 '튜닝'과 F1(포뮬러원) 등 모터스포츠가 보편화하면서 폭주족은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무작정 달리는 수준을 넘어 경주를 통해 승패를 가르고 기술을 뽐내는 '아마추어 레이서'가 된 것이다.

24일 경찰이 적발한 폭주족은 대부분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나 회사원, 대학 시간강사 등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밤만 되면 광란의 질주를 즐겼다.

이들이 비싸고 성능 좋은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과 과시욕, 경주가 유발하는 경쟁심, 고속 질주의 짜릿함 때문에 드래그 레이스에 빠지게 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곧게 뻗은 도로에서 400m 앞 목표지점에 상대보다 빨리 닿으려면 앞뒤 잴 것도 없이 무조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했다.

엔진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때 자동으로 속도를 떨어뜨리는 차량자세 안전장치는 레이스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떼어냈다.

'풀악셀'이 유일한 기술인 특성상 튜닝으로 좋아진 성능을 확인하는 쾌감도 드래그 레이스의 매력 중 하나였다.

폭주족들은 출고 때의 한계를 훌쩍 넘겨 가속할 수 있도록 차량을 고치고서 국산차로 외제차를, 소형차로 중형차를 앞서 내달리며 희열을 맛봤다.

실제로 이들의 레이스에서는 서로 다른 차종끼리 경주가 더 많이 이뤄졌고, 배기량 1천400㏄짜리 소형차도 튜닝으로 무장하고서 수억원짜리 외제 스포츠카와 실력을 겨뤘다.

이모(28)씨는 경사지고 굽은 구간이 많은 남산 소월길에서 중앙선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 시속 140㎞가 넘는 속도로 과격하게 운전하는 '와인딩 레이스'를 벌이다가 적발됐다.

그는 자신의 레이싱을 캠코더로 찍어 '모범운전자'라는 아이디로 인터넷에 올렸고 악플이 줄줄이 달리는데도 '조금만 욕해주세요'라고 댓글을 달며 남들의 관심을 즐겼다.

이씨는 몇 년 전 같은 장소에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쳐 다리를 절룩거리는 장애가 생겼는데도 제네시스 쿠페로 갈아타고 난폭 운전을 즐겼고, 그가 레이싱을 할 때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인근 주민과 상인의 신고가 쏟아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이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정교하게 조작하며 차량을 미끄러지게 하는 '드리프트 레이스'와 서울 도심의 도로에서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공도(公道) 배틀 레이스'는 운전 실력을 뽐내는 수단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밤마다 이들 폭주족을 쫓아다닌 서울지방경찰청 폭주족 전담수사팀 장흥식 경위는 "드리프트 레이스를 즐기는 폭주족은 차량이 미끄러지는 거리와 모양새에 따라 서로 기술을 평가한다"며 "일부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드래그 레이스를 폄하하고 경찰관에게 레이스를 권하기도 했다"고 황당해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