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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송환 뒤 제3국 도주…CCTV 때문?

정경윤 기자

입력 : 2011.01.18 08:46


인천국제공항 많이들 가 보셨죠? 해외 여행을 오가는 사람들, 보기만 해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제가 지난해 공항을 출입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인천 지역을 취재하며 다녔던 많은 기관들이 대부분 공항에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경찰, 검찰, 세관, 법무부... 공항공사 외에도 13개 기관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좁은 공간에 이렇게 많은 기관이 있으니 문제는 생기기 마련인가 봅니다. 생각보다 좀 큰 문제 말입니다.

지난해 9월에 있던 일입니다. 사기 전과가 있던 30대 한국인 피의자가 베트남에서 강제 추방됐습니다. 공항에 상주하던 경찰이 항공기 출입구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승객들이 모두 나온 지 10분이 지나도록 안나오는 겁니다. 경찰이 우왕좌왕하며 그 넓은 공항을 수색했습니다. 한시간 쯤 지나 혹시나 싶어 출입국 관리소에 확인한 결과 이 피의자는 필리핀행 비행기를 타고 이미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피의자는 비행기에서 옷을 갈아입고 경찰이 수색하길 기다렸다가 뒤늦게 비행기를 나왔답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으로 필리핀행 항공편을 예약한 뒤 환승 통로를 이용해 곧바로 출국을 했다더군요. 이 사실을 처음 들었을땐 정말 이해가 안 되더군요.

경찰이 이걸 놓친건 그렇다 쳐도, 이 피의자의 모든 행적이 공항 내 CCTV에 모두 포착됐을 텐데 왜 한 시간 동안, 이 피의자가 도망칠 때까지 아무도 이 사람을 검거하지 못했냐는 겁니다. 제 취재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공항의 경우 국가의 '주요시설'로, 공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보안체계가 있습니다. 천 8백여 대에 이르는 CCTV를 통로나 광장 등 곳곳에 설치하고 사설 보안업체에게 이를 맡겨서 관리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이른바 '상황실'인, 터미널 운영센터 TSC에서 이뤄집니다. 오로지 이 곳에서만 CCTV에 포착된 공항 곳곳을 볼 수 있는겁니다.

아, 그럼 경찰이 그 CCTV를 보면 되지 않습니까? 이런 질문이 바로 나오겠죠. 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각 기관들의 불협화음이 감지됐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를 위해 CCTV를 이용해 공항 내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싶다고 주장하지만 공항공사가 설치한 CCTV 천 8백여 대는 경찰 수사와 관련없는 곳에도 설치돼 있어 지나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공항 측의 논리가 부딪힌 겁니다.

어쨌거나 이들은 CCTV 관할 문제를 놓고 수년간 이 상태를 유지해 왔고, 결국 강제송환된 피의자 하나를 잡지 못하는 불상사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그 한 건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환승객의 수하물칸에서 공기총이 발견됐지만, 이 상황을 감지한 공항 보안업체가 특별한 제재 없이 비행기를 이륙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을 뒤늦게 안 경찰이 길길이 뛰었지만 이미 비행기는 떠난 뒤였습니다.

경찰은 말합니다. 상황실에 상주하며 CCTV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 다시 말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신속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합니다. 공항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요.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전 양측 다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정작 경찰이 하루종일 상황실에 상주해 근무한다면 과연 효율적인 걸까요? 공항이 주장하는 사생활 침해라는건 사설 보안업체한테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 아닐까요? 해답을 제가 제시하진 못하겠습니다만, 어쨌든 늘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공항을 찾는 많은 시민들에게 적어도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테러 위험이 감지되는 등 불안감을 주는 일들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