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냐, 허용이냐를 두고 최근 몇 달간 학교 현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은 끝에 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체벌의 대안 등을 담아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의 결론을 내놨다.
핵심은 신체에 직접적 고통을 가하는 직접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간접 체벌은 허용하고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수단으로 출석정지제와 학부모 상담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간접 체벌, 두발, 복장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개별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하고 학칙에 대한 교육감의 인가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체벌금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여전한 데다 간접 체벌 허용 여부를 놓고 교과부와 교육청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혼란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학칙 인가권 폐지는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어떤 대안 나왔나 = 이번 논란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7월 체벌금지령을 전격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교과부도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직접적 체벌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려 원칙적 체벌 금지 방안에 손을 들어줬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어 사실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 문구를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는 3월 새 학기부터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대신 '직접적 고통을 주지 않는' 간접 체벌은 실시할 수 있게 된다.
간접 체벌에는 교실 뒤 서 있기, 운동장 걷기, 팔굽혀펴기 등 훈육·훈계 수준의 '교육적 벌'이 포함된다.
교육적 벌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방법, 범위와 수준 등은 개별 학교에서 학교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학칙으로 정하면 된다.
간접 체벌로도 학생을 지도할 수 없을 때에는 출석정지 및 학부모 상담제를 활용할 수 있다.
출석정지는 1회에 10일 이내, 연간 30일 범위 내에서 조치를 내릴 수 있고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무단결석으로 표기된다.
학부모 상담제는 일부에서 체벌 금지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학부모 소환제'를 참고한 것이다.
소환까지는 아니더라도 학부모에게 문제 행동을 하는 자녀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지게 해 학부모가 학교의 지도 방법에 협조해야 한다는 권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실효성 논란 = 이런 대안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학생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체벌도 일종의 폭력이므로 전면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체벌마저 금하면 교실질서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간접 체벌, 출석정지제, 학부모 상담제 등이 문제 학생들을 통제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간접 체벌의 허용 범위를 놓고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교과부는 교실 뒤 서 있기, 운동장 걷기, 팔굽혀 펴기 등은 허용한다는 방침이나 서울시교육청은 간접 체벌까지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팔굽혀펴기라도 10번 시키는 것과 100번 하도록 하는 것은 다르지 않으냐"며 간접 체벌도 하기에 따라 직접 체벌 못지않게 신체적 고통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체벌 전면 금지를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상반기 중 제정할 계획이며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해 10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생인권조례보다 상위법이기 때문에 시행령이 개정되면 서울, 경기 등에서 추진하는 인권조례는 모두 재검토 또는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상위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통일된 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교과부는 단위학교 학칙에 대한 교육감 인가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해 사실상 이번 체벌 대안을 통해 교육청의 독자적인 인권조례를 사문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불러올 수 있다.
교과부는 간접 체벌의 허용 범위를 비롯해 두발 및 복장 자율화, 휴대전화 소지 허용 여부 등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교육감 인가권이 폐지되면 학생인권조례에 상충하는 내용도 학교 차원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초중등교육법이 쉽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국회 통과가 지연된다면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하는 내용의 학칙은 현행법에 따라 교육감이 인가를 해주지 않을 수 있어 이래저래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