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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의 정치학…주민투표의 향방

조성원 기자

입력 : 2011.01.17 14:02


연초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바쁩니다.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무상급식 예산까지 신설해 버리자, 주민투표를 해서 실제 서울 시민들의 의견을 묻자는 겁니다.

설마 주민투표가 가능하겠느냐, 그냥 정치적 수사 아니냐, 이런 의견들이 있지만, 오 시장은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 하면서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한수'를 둔 겁니다. 여소야대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히던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통해 역전극을 노리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오 시장 생각은 이렇습니다. 주민투표 하자고 시의회에 제안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직접 거리로 나가서 시민들의 동의서를 받는다, 의회가 동의하지 않아도 서울시민 5% 즉 41만 명의 동의가 있으면 주민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표는 성사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세훈 본인의 선거운동이 되고, 보수층의 결집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주민투표에서 이길 수 있느냐.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진보와 보수의 싸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보층이 투표에는 더 적극적인 만큼 사실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진보층, 또는 서민층이 투표에는 적극적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오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시장직을 내던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투표에서 패배한다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진보와의 싸움에 선봉장에 서는 투사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민주당은?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과 무상의료 등 무상시리즈 3개를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사실 이 무상 시리즈 덕분에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가 주목을 받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이렇게 바람을 불어주지 않았더라면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은 '예산 낭비'라는 비난 속에 묻혀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걸 잘 아는데도 민주당이 무상시리즈를 발표한 이유는, 오세훈은 뜨겠지만 '무상'이라는 이슈가 민주당에는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들 일본 민주당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일본 민주당이 무상 정책을 내놓았다가 지지율이 폭락했다는 설명인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서울특파원인 야마구치 기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건 무상 정책 때문이 아니다. 오자와 문제를 비롯한 정치 개혁 문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상정책? 아이 한사람에 보육비로 2만-3만 엔씩 주는 무상 정책을 처음에는 비판을 했지만, 당장 돈을 주니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긴 하지만, 실제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니 좀 달라지더라".

과연 '무상' 시리즈에 국민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예단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은 젊은층에서, 무상의료는 노년층에서 강한 파괴력을 지닌 아젠다입니다.

한나라당은 더 복잡한 듯 합니다. 무상급식으로 주민투표를 했다가 실제로 지면 오세훈은 뜨겠지만 야당에게는 엄청난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올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 도와 줄 수는 없는 상황인데, 오세훈 시장과 경쟁하는 '잠룡'들은 오시장 좋은 일 해주는 것 같아서 적극 돕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력을 기울여 돕는다 하더라도,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립니다. 

그러면 과연 주민투표는 누가 이길까. 질문의 방식에 따라 좌우될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상급식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질문에는 51대 38로 찬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무상급식 범위에 대한 조사에서는 '저소득층부터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해야한다'는 응답이 62.3%,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응답이 34.5%로 나타나, 무상급식에 찬성은 하지만, 전면 급식보다는 선별적인 무상급식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관건인데, 이건 주민투표 발의자가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어떤 방식으로건 41만 명의 서명을 받아, 직접 주민투표를 발의해 이 사안을 주도한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조만간 거리로 나서서 시민 서명을 받는 오세훈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상'을 둘러싼 국민 여론은 다시 들끓을 것이고, 자칫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언젠가는 한 번은 논의를 해야 할 복지 논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건전한 토론 보다는, 이념에 사로잡힌 투쟁이 앞서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